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카카오뱅크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전면 개편하는 등 금융플랫폼의 본색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금융권의 언택트 흐름이 빨라지면서 비대면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실무작업에도 착수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27일 열린 카카오뱅크 모바일 앱 2.0 관련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앱 채널을 통한 ‘언택트 은행’으로, 백화점식으로 많은 상품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간편하고 경쟁력 있는 주요 상품 덕에 고객들은 금융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카뱅을 떠올리고 있다”며 ‘카뱅 퍼스트’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고객들의 언택트 니즈는 카뱅의 고객 유입 증가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 고객 수는 지난 2019년 7월 1,000만명을 돌파한 후 3월 기준 1,200만명을 기록했다. 월간 사용자(MAU)도 1,000만명으로, 국내 은행권 중 가장 많다. 코로나19의 여파로 1·4분기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는 점도 이 같은 수요를 뒷받침한다.
카뱅은 이 같은 수요에 맞춰 앱 2.0을 선보였다. 휴대폰의 홈 화면처럼 고객이 원하는 대로 뱅킹 앱의 홈 화면을 편집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원하는 계좌를 홈 화면에 노출하고 통장 잔액을 숨길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 빈도가 잦은 서비스는 재배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고객 맞춤형 알림을 제공하는 등 ‘알림’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상반기 중 출시 예정인 오픈뱅킹 서비스도 ‘내계좌’에 포함된다.
금융플랫폼 사업을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주식계좌개설·연계대출 서비스 출시를 통해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1,200만 고객을 기반으로 기존 은행 업무 외에 다른 금융사의 다양한 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 역할까지 해내겠다는 것이다. 앞서 카뱅이 한국투자증권과 개시한 주식계좌개설 신청 서비스는 출시 150여일 만에 100만계좌가 개설됐다.
이를 위해 신한·KB국민·삼성·씨티카드와 손잡고 ‘제휴 신용카드’ 4종도 선보였다. 토스와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처럼 카뱅이 플랫폼으로써 모객을 하고 카드사가 발급 심사와 관리를 맡는 식이다. 카뱅 계좌 정보를 활용해 신청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통상 6단계를 거쳐야 하는 기존 신용카드 신청과 달리 카뱅 앱에서 제휴 카드 신청을 누르고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해당 신용카드는 카드사마다 다른 혜택을 제공한다. 카카오 캐릭터인 ‘라이언’을 대표 캐릭터로 내세웠으며 카드사별 카드 디자인도 다르게 구성했다.
또 카뱅은 올 하반기부터 IPO를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시작한다. 성장과 ‘카뱅 퍼스트’ 달성을 위해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카뱅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윤 대표의 단독 대표체제를 확정하고 한투증권 투자은행(IB)본부에서 국내 주요 기업의 IPO를 주도했던 김광옥 전 한국투자파트너스 전무를 부대표로 선임하면서 상장 의지를 다졌다. 카뱅은 올해 다른 카카오 계열사와의 협력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윤 대표는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공동체와의 시너지, 2021년 문을 열 카뱅 기술연구소 등을 통해 더 많은 혁신 서비스를 내놓겠다”며 “‘모임통장’ ‘26주 적금’ 등 신규 서비스를 만든 것처럼 기존 은행들과 같지만 다른 은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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