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해관계 대립으로 미뤄졌던 대규모 국책 사업도 신속한 추진으로 위기 국면에서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대규모 국책 사업’이 동남권 신공항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동남권 신공항은 백지화와 재추진을 반복하는 등 장장 15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규모 국책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신공항 공식검토 지시를 통해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은 이후 수년의 연구와 검토 끝에 2009년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며 결론은 내는 듯 했으나, 이후 들어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3월 후보지 두 곳이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으며 백지화됐다. 1년 뒤 2012년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 역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국제 공항 전문가 집단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까지 포함돼 검토가 이뤄진 끝에 ‘신공항 건설 대신 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다.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던 동남권 신공항은 2018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김해공항을 확장한)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며 다시 논란이 가열됐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여권 주요 인사들 역시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필요하다’고 거들고 나섰다. ‘3차 항공정책기본계획’을 통해 김해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던 국토교통부는 여권의 계속된 문제 제기에 결국 지난해 6월 ‘총리실의 검증을 받겠다’고 한 발 물러섰고,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2월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지금까지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사안의 정치적 파급력을 고려해 당초 지난 4·15 총선 전까지 정부가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검증은 4개월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검증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차 위원회를 개최한 이래 계속 회의를 열며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외의 사안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성추문 의혹으로 인한 오 전 부산시장의 퇴진 역시 동남권 신공항의 변수로 떠올랐다. 오 전 시장이 강력하게 추진해온 사업인 만큼 그의 퇴장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좌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그 사이 정치권이 동남권 신공항을 ‘선거용 카드’로 활용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전인 지난 2016년 총선 때 부산에서 유세 발언을 통해 ‘민주당이 부산 5곳에서 승리할 경우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역시 이번 4·15 총선 때 부산 지원유세에 나서 “신공항 문제를 포함해 부산이 안고 있는 여러 현안, 부산시민들의 현안을 정부와 함께 민주당이 풀어나가겠다”고 말해 지역 민심을 또 한번 들썩이게 했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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