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나라 것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이 된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병’이 46년 만에 국보에서 해제된다.
문화재청은 29일 “그동안 국보로서 위상과 가치 재검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 병’에 대해 지정 해제를 예고한다”면서 “조선 전기에 제작된 붉은 무늬 백자라는 점이 높은 희소성이어서 국보로 지정됐으나 원나라 작품으로 희소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백자 동화매국문병’은 붉은색을 내는 진사로 무늬로 장식한 조선 전기 도자기라는 희소성 때문에 지난 1974년 국보로 지정됐다. 그러나 지난 2018년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국보 제168호의 생산지와 국적, 작품 수준이 논란이 되자 문화재청은 중국과 한국도자사 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난 9일 제2차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쳤고 최종적으로 ‘해제’를 결정했다.
국보 지정 해제의 결정적 이유는 ‘국적’이다. 조선 전기 작품이라기 보다는 원나라 도자기라는 쪽으로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았다.
문화재청 측 관계자는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진사(동을 산화시켜 얻은 붉은 안료)를 사용한 조선 전기의 드문 작품으로 화려한 문양과 안정된 기형(器形)이 돋보인다’는 이유로 1974년 7월 4일 국보 제168호로 지정됐지만 실제 조선 전기 백자에 이처럼 동화(동을 산화시킨 붉은빛 안료)를 안료로 사용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도자기에서 산화동을 안료로 사용한 것은 13~14세기 고려의 일부 유물 이후로는 사례가 확인되지 않다가 조선 후기부터 18~20세기 근대기 초반 제작 백자에서 많이 보이고 있다.
이 도자기의 원산지는 14세기 원나라로 추정된다. 국보가 될 당시에는 기형 등을 근거로 조선 전기 15세기 작품으로 추정됐으나, 이번 전문가 재검토 결과 기형·크기·기법·문양이 유사한 사례가 중국에서 ‘유리홍(釉裏紅)’이라는 원나라 도자기 이름으로 상당수 현존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작품도 “조선 시대가 아닌 중국 원나라 14세기 경 작품”으로 봤다.
외국 문화재일지라도 우리 문화사에 끼친 영향이 큰 경우에는 국보나 보물로 지정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 측은 “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출토지나 유래가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불문명하고, 같은 종류의 도자기가 중국에 상당수 남아 있어 희소성이 떨어진다”며 “작품 수준 역시 우리나라 도자사에 영향을 끼쳤을 만큼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국보 자리를 내놓게 된 ‘백자 동화매국문병’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국보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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