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등 2개 이상의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그룹에 대한 강화된 감독제도가 지난해보다 두 달 앞당겨 시행된다.
29일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금융그룹감독 모범규준 개정안을 의결하고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금융그룹감독 모범규준을 1년 단위로 연장하며 시행해왔다. 올해도 7월이 연장 시점인데, 제도를 강화해 두 달 앞당겨 적용한다. 대상 그룹은 삼성·현대차·한화·미래에셋·교보·DB 등 6곳이다. 선정 기준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인 그룹 중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중 두 개 이상의 업을 영위하는 곳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룹위험 평가를 개편한 것이다. 그룹은 손실흡수능력을 뜻하는 적격자본을 필요자본으로 나눠서 구하는 자본적정성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 중 분모에 들어가는 필요자본을 전이위험과 집중위험으로 구분하고 두 항목을 구분해서 들여다볼 계획이었는데, 앞으로는 통합해서 반영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계열사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높거나 계열사 간 연계 정도가 높다면 분모의 수치가 늘어나고 자본적정성 비율도 하락하는 효과가 있어 조치가 필요하다. 반대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가 잘 되면 위험도가 줄어든다.
내부통제 규율도 도입한다. 그룹 별로 대표회사를 선정해 이 회사를 중심으로 한 내부통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소속 금융사간 협의를 통해 금융그룹 차원의 공통된 내부통제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반영한 ‘금융그룹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준수하게 했다. 또 그룹 내 ‘내부통제협의회’ 등 내부통제기구의 설치 근거도 마련해 그룹 전체의 내부통제 방향을 설정하게 했다.
공시 제도가 도입되는 것도 새로운 점이다. 현재는 업무보고서를 통해 그룹 위험 요인을 감독 당국에 분기별로 보고하고 있다. 이를 시장에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오는 9월부터 그룹 차원에서 공시하도록 했다. 지난 2월 간담회에서는 6월부터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 등 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 9월로 미뤘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금융그룹도 금융지주에 비해 감독의 사각지대가 있다고 스스로 인정해 이번 개편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스스로 리스크 역량을 키운다는 점에서 큰 우려는 안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감독 내용이 나와야 영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지주사는 통합 감독을 받지만 그만큼 계열사간 고객정보 이용 등 통합업무도 할 수 있는 반면 금융그룹은 감독은 비슷한 수준으로 받지만 계열사간 업무 협업은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