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시승한 차는 가장 상위 트림인 ‘에프타입 SVR 쿠페’였다. 외관을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매우 남성적이었다는 것이다. 2021년형으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된 SVR 쿠페는 디자인이 각진 형태로 날렵하게 진화했다. 재규어가 새로 영입한 디자이너 이안 칼럼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SVR 쿠페의 후면이 가장 돋보였다. 이안 칼럼 디렉터는 콘셉트카 ‘C-X16’에서 선보였던 매혹적인 라인을 살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꼽히는 재규어 ‘이타입(E-TYPE)’을 계승하는 디자인으로 에프타입을 만들었다. 얼핏 보면 포르쉐 ‘파나메라’를 연상하게 하는 후면 디자인과 선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리어 디자인까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 그 자체였다. 프론트 디자인은 다소 날카로워진 눈으로 이전 모델의 귀여운 인상이 사라졌다.
에프타입 SVR 쿠페의 제원표 먼저 살펴봤다. 토크 71.4kg·m, 최고출력 575마력. 안전최고속도는 시속 322km, 제로백은 3.7초였다. 제원표만 보고도 가슴이 설레는 건 기자만은 아닐 터. 특히 재규어 랜드로버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SVO)이 제작한 5.0리터 V8 수퍼차저 엔진이 탑재돼 과연 성능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다. SVO는 고성능 최고급 모델, 개별 주문 차 생산, 리미티드 에디션 모델에 이르기까지 모든 ‘특별한 차’의 개발과 제작을 전담하는 재규어 랜드로버의 특수 사업 부문이다.
차에 오르자 운전자와 차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단순화한 실내 디자인은 정말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됐다.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 한 초슬림 설계다. 운전석과 탑승석을 분리한 독립식 디자인 덕분에 시승하는 내내 차와 기자만 이 공간에 존재하는 듯 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프리미엄 인컨트롤 터치 프로 시스템이 적용됐고, 온도조절부위 등에는 LED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이날은 스포츠카의 특성을 온 몸으로 느껴보기 위해 자유로를 달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 다녀오는 왕복 100km 코스를 선택했다. 시동을 걸자 묵직하고 거친 엔진음이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차량 후면의 티타늄 쿼드 배기파이프가 액티브 스포츠 배기 시스템과 함께 강렬하고 웅장한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재규어는 에프타입에 독특하고 풍부한 배기 사운드를 탑재해 다른 스포츠카와 차별화를 꾀했다. 풍부한 배기 사운드는 엔진 회전수가 상승하면 마치 야생의 재규어 한 마리가 울부짖는 듯한 포효로 변했다. SVR 쿠페의 V8 수퍼차저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얼른 달리고 싶다는 메세지를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듯 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컨트롤하기 힘들 정도로 힘이 넘쳐났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은 매우 민첩해 밟는 순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달리리 선수’인 스포츠카에서 엑셀과 브레이크의 민첩한 반응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도심을 빠져나와 자유로에 접어들었다. 가속을 할 때 마다 에프타입 모든 라인에 적용된 ‘8단 퀵시프트 변속기’가 민첩하게 기어를 변속해줬다. 세밀하게 제어된 8개 기어비는 더블 클러치 변속기와 자동 변속기의 장점만을 채택해 빠른 응답성과 극도의 정밀함을 자랑했다. 속도를 시속 100km 이상으로 올리자 SVR 쿠페가 빛을 발했다. 순간적인 반응으로 가속되는 능력 뿐 아니라 이중 유리로 구성돼 정숙성을 더했다. 특히 굽은 도로에 접어들 때나 급정지 할 때 등 어떤 상황도 ‘제대로’ 처리해냈다. 저속에서는 가볍고 탄력적이던 핸들링이 고속에서는 묵직하게 바뀌면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중에도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575마력의 힘은 끝을 모르고 더 강한 힘을 엔진에 보냈다.
재규어의 에프타입은 차에 타기 전부터 기대를 갖게 하고, 차에서 내릴 때는 다음 드라이빙을 기대하게 했다. 이번 드라이빙 때 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다음 번에는 하고 싶게 만드는 차다. 운전자의 잦은 숨결까지 그대로 담아 성능으로 보답하는 에프타입. 럭셔리함과 재미를 모두 원하는 운전자라면 몹시 탐이 날 수밖에 없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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