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무분별한 복제약(제네릭) 난립을 막기 위해 마련했던 ‘공동위탁 생물학적동등성(공동생동) 품목 1+3’ 제한이 결국 철회됐다. 식약처가 마련했던 ‘1+3’ 제한안은 공동·위탁생동 품목 허가 수를 원 제조사 1개에 위탁제조사는 3개 이내로 제한하는 안으로 이럴 경우 복제약을 개발하기 위해 한번에 2억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생동시험을 독자적으로 실시해야 해 역량 미달인 소형제약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규제개혁위원회는 최근 ‘공동생동 1+3 제한’과 의약품의 품질 개선이 무관하다고 식약처에 관련 규제 철회를 권고했으며, 식약처 역시 이에 따르기로 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아울러 공동 생동이 제한되더라도 불법 리베이트의 근절 효과가 명확하지 않으며 제네릭을 만들지 못하는 제약사들의 신규 진입이 제한돼 시장경제를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복제약은 품목 허가를 받기 위해 오리지널의약품과 효과 등의 차이가 균일한지 생동성 시험을 진행한다. 공동 생동성 시험은 2개 이상의 제약사가 공동으로 비용을 내고 시험을 진행하는 것으로 2011년 규제가 풀리면서 참여 제약사 수의 제한이 없어졌다. 수십여개의 제약사가 한데 모여 같은 제네릭을 개발하고 이름만 바꿔 팔 수 있게 됐다.
공동생동제도 제한이 추진된 것은 고혈압 치료제 원료로 쓰인 ‘발사르탄’에 발암물질이 발견되면서부터다. 100종이 넘는 복제약들이 문제의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분별한 공동생동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공동생동 제도를 통해 출시한 복제약 중 다수가 제약사의 리베이트에 의존해 연명하며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부 업체는 생산 공장도 없이 공동 생동시험에 이름을 올린 뒤 위탁 생산해 이름과 포장지만 바꿔 리베이트를 통해 시장에 다른 약으로 유통한다. 정부가 공동생동제도의 정비를 고민하게 된 계기다.
대한약사회는 이날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불법 리베이트와 위해 의약품의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정상적인 제네릭의약품 허가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의약품의 브랜드명을 제거한 성분명 허가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옥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이에 “해외제조사 등록제도 명문화, 불순물 자료 제출 의무화 등 발사르탄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며 “민관협의체를 열어 오는 6월까지 제네릭 선진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식약처는 제약업계의 중복 자료 제출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복제약 묶음형 허가도 추진한다. 묶음형 허가란 여러 업체가 1개 제조소에서 복제약을 생산할 경우 동일한 품목이라는 전제 아래 허가 관리 기준을 마련해 공통 적용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복제약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분과 대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의경 식약처장은 “민관협의체를 통해 현장의 소리가 담긴 실효성 있는 제네릭의약품 관리 정책이 마련돼 제네릭의약품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춰 성장하는 계기가 되도록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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