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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리]롤에는 페이커, 철권에는 ‘무릎’…철권 랭킹 1위가 알려주는 프로게이머란?

세계 철권 랭킹 1위 프로게이머 '무릎' 배재민

"프로게이머는 성취감 느끼기 좋은 직업"

승부욕 강한 사람이 좋은 프로게이머 될 수 있어







인기 격투게임 철권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프로게이머가 한 명 있다. 바로 락스게임즈 구단의 ‘배재민’이다. 철권 공식 대회 우승 경력 54회, 준우승 19회. 철권 세계 랭킹 1위에 빛나는 배재민 선수는 철권의 전설이라 불린다. 선수 본명보다는 닉네임이 더 유명하다.

“주로 사용했던 캐릭터가 무릎을 사용하는 기술을 많이 썼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닉네임에 무릎(Knee)이라는 단어를 붙이곤 했어요. 그때부터 ‘무릎’이라고 불리게 됐습니다.”

철권 세계에서는 무릎이 말하는 한 마디가 기사가 되고, 새로운 트렌드가 된다. 무릎은 공식 대회 뿐만 아니라 유튜브 개인 방송을 진행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건 토너먼트를 개최하며 프로게이머 생활의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디센터에서 '무릎' 배재민 선수를 만났다.

Q. 프로게이머란 어떤 직업인가요?

“철권은 아케이드 게임입니다. 롤이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PC 기반 주류 게임과 차이가 있죠. 철권 프로게이머는 회사원처럼 월급을 받지 않고 대회 수상금과 인센티브를 받아요. 때론 앞이 보이지 않아 불안할 때도 있지만,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맞이할 때, 그 떨림을 잊을 수 없어서 다음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돼요.”

Q. 무릎 선수가 생각하는 프로게이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프로게이머는 성취감을 느끼기 좋은 직업입니다. 프로게이머가 활동하는 e스포츠 분야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거대한 산업이 됐습니다. 하나의 게임 종목에서 정점을 찍고, 대회에서 우승을 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선수를 주목합니다. 그 순간, 세계에서 내가 중심이라는 걸 느껴요. 주인공인 거죠. 그때 느끼는 성취감을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벅찹니다.”

Q. 사실 저도 한 게임 하는데요.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하죠?

“하하. 주변에서 게임 잘하는 사람들한테 프로게이머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게임이 좋아서 즐기는 경우와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의 세계는 많이 다릅니다. 막연히 해보려 했다가 오히려 좌절감을 얻고 그만두는 사람도 많거든요. 우선 제가 생각하는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준비는 네 가지가 있어요.”

하나. 게임을 공부하라

“일단 무엇보다 프로게이머를 하려면 게임을 잘해야 합니다. 당연한 거겠죠. 문제는 어떻게하면 게임을 잘할 수가 있는 가죠. 저는 게임을 방대하게 알아야 게임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쓰는 캐릭터가 어떤 공격을 하고, 기술을 사용하는지 정도의 지식은 라이트 유저도 알 수 있어요. 제가 말하는 것은 심층 지식입니다.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깊게 이해하고 있다면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대처할 수가 있어요. 프로게이머로 뛴다는 것은 결국 그 게임을 ‘공부’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둘. 랭크를 확보해라

“그리고 자신의 실력을 타인에게 입증해야 합니다. 적어도 게임의 상위 10%까지는 올라가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내가 게임을 이 정도 합니다!’라고 보여줄 수 있고, 개인의 실력도 파악이 되겠죠.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실력을 타인에게 입증할 수 있는 랭크나 계급을 만들어야 합니다.”

셋. 경력을 쌓아라

“아마추어 대회든,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출전하는 대회든 일단 참여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회에서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 파악을 하고, 운이 좋아 입상까지 하게 된다면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둘 수 있을만한 경력이 생기는 겁니다.”

넷. 인지도를 구축하라

“마지막으로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어느 정도 인지도가 필요합니다. 본인의 인지도가 구축돼 있어야 구단에서 입단을 제안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이 구할 수도 있거든요. 이를 위해 유튜브나 트위치 같은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해서 자신을 노출해야 해요. 말씀드린 네 가지 방법을 꾸준히 하시면 어떤 기회의 형태로든 프로게이머로 활동하실 수 있는 기회가 올 겁니다.”

Q. 프로게이머에 적합한 성격도 있을까요?

“그럼요. 저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라 좋다고 생각해요. 게임에서 졌을 때 상대를 향한 분노가 아니라, 내 실력을 향한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이 프로게이머와 어울려요. 난관을 극복하고 싶어 하고, 상대를 이기고 싶어 하는 승부욕 가진 사람들이 결국 좋은 프로게이머가 되더군요. 게임 업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상대에게 졌을 때 아무생각 안 들면 은퇴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만큼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게임에서 졌을 때 어떤 형태로든 나 자신에게 자극이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게 없으면 더 이상 실력이 발전하기 어렵거든요.”

Q. 구단을 선택할 때 고려할 사항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구단 자체가 가진 인지도가 중요합니다. 운영 능력도 있어야 하구요. 계약 항목에 불공정 사항이 없나 꼼꼼히 체크도 해야겠죠. 저는 지금 락스게이밍이란 구단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철권이란 게임은 특성상 해외 대회가 많아요. 개인으로 활동했을 때 숙박비나 비행기 값을 충당하기 너무 어려웠는데 입단하고 나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며 게임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우승, 준우승 경력이 훨씬 늘어났죠. 선수로서 길이 넓어진 셈입니다. 락스게이밍에 입단한 걸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Q. 프로게이머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2010년 WCG 그랜드파이널에서 우승했던 때입니다. 당시만 해도 WCG라는 대회는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같은 메이저 게임을 취급하는 국제 공인 게임 대회였어요. 그런데 거기에 아케이드 게임인 철권 종목이 들어가고, 제가 국가대표로 선발됐습니다. 살면서 그때 처음으로 가슴에 태극기 달고 게임을 했는데요. 그냥 게임을 할 때랑 국가를 대표해서 게임을 할 때의 기분이 많이 다르더군요.

WCG 시상식을 할 때 올림픽처럼 단상 위에 올라서 금메달을 목에 받았습니다. 그때 기분이 뭐랄까요. ‘아, 철권 하길 잘했다. 내가 이런 걸 느끼기 위해 그동안 게임을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했어요. 정말. 프로게이머를 준비하는 여러분들도 열심히 노력해서 그런 경험을 꼭 가지시길 바랍니다.”


/조재석 기자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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