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빛을 내는 데 필요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한 공으로 지난 2014년 일본의 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나카무라 슈지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앞서 1960년대 개발된 붉은색 LED와 녹색 LED로 토머스 에디슨이 1879년 개발한 백열등보다 훨씬 센 빛을 내던 것에서 흰색 빛까지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백색 LED가 나오면서 비로소 조명·레이저·전자기기 디스플레이에 널리 활용될 길이 열렸다. 갈륨·인·비소 등 무기물로 구성된 반도체인 LED는 전류를 흘리면 자체 발광하는데 형광등처럼 수은 등이 들어가지 않는다.
나아가 유기화합물로 이뤄진 반도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청색 LED에 ㎚(10억분의1m) 이하의 반도체 결정물질을 도포한 퀀텀닷발광다이오드(QdLED), 눈에 띄지 않는 자외선 영역의 빛을 내며 살균 효과가 있는 자외선(UV) LED 등 빛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과 서울경제가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5월 수상자로 선정된 전헌수(57)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바로 이러한 빛의 역사에 한 페이지를 보태는 연구자로 평가된다. 그는 무질서한 광모드의 물리적 속성을 규명하고 기존 레이저에 비해 다양한 기능이 기대되는 차세대 레이저인 무작위 레이저(random laser) 제어 기술을 개발해 나노광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듣는다.
앞서 미국의 물리학자 시어도어 메이먼은 1960년 5월16일 빛을 제어해 세계 최초의 레이저를 선보였다. 유네스코는 정보통신·에너지·의학 등에 활용되는 광학과 광기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날을 ‘세계 빛의 날’로 제정했다.
전 교수 연구팀은 파장 수준의 미세 공간에서 빛의 흐름을 제어하는 광자결정 구조를 연구해 광자학의 도약을 이끌고 산업적 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무작위 레이저는 무질서한 광학적 구조를 이용하는 독특한 응용사례로 생화학 센서, 광 보안코드, 바이오 이미징, 레이저 조명 등 다양한 기능 창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20여년간 원리 규명과 제어기술 개발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다. 그는 “전자를 이용한 소자 개발이 점차 한계를 보이면서 빛, 혹은 광자(photon)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전자와 광자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억제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상호 보완적 응용이 미래의 정보통신 분야를 이끌 소자 포맷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교수팀은 무질서한 광자시스템이 일정 수준 이상의 무질서도에서 결정구조가 파괴되는 점에 주목하고 결정구조가 항상 유지되는 광자결정 합금 시스템을 개발했다. 자체 제작한 무질서한 광자결정 플랫폼 실험을 통해 무질서한 광자학 시스템에서 광자의 평균 산란거리가 무질서 정도에 따라 변하는 앤더슨 국지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그 본질은 광띠꼬리 모드임을 규명했다. 여기에 무작위 레이저 소자의 무질서 정도와 양상을 조절해 제원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도 증명했다. 이는 전기장·열·압력 같은 외부요인 없이 구조적 특성만을 소자 설계에 반영해 얻은 최초의 성과이다.
전 교수는 “㎛ 이하의 미세 구조를 연구할 때 최대 난관은 정교하게 구조물을 제작하는 것”이라며 “광(전자)집적회로의 개념 확립과 시작품 제작을 통해 미래 소자를 위한 플랫폼 개발에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