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출이 줄어들면서 3월 상품수지가 전년동월대비 13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4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4월에 이어 5월 경상수지도 적자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월부터 미국, 유럽 등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V자형태로 수출이 반등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는 62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상수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1년 전 83억4,000만달러보다 10억달러 넘게 줄어든 70억달러를 기록했다. 상품수지를 구성하는 수출입이 모두 감소했으나 수출 감소폭이 더 컸던 탓이다.
3월 수출은 464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3%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하고 반도체·석유제품 등 국내 주요 수출품목의 단가가 하락한 영향이 컸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반도체 단가는 전년대비 15.8% 낮아졌으며 석유제품의 가격은 40.3% 하락했다. 수입도 국제유가 하락과 민간소비 위축 등으로 전년대비 0.6% 감소한 394억2,000만달러로 나타났으나 하락 폭은 수출에 비해 작았다.
문제는 3월 국제수지에 코로나19의 영향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3월 통관 기준 대(對) 중국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6.2% 감소한 반면 미국(16.8%), 유럽연합(9.5%) 등 다른 주요국으로의 수출은 증가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로의 수출 타격은 본격화하지 않은 셈이다. 4월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월 중순 이후에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해 이번 통계에는 대 중국 수출 감소분만 반영됐다”며 “4월에 외국인 배당지급이 늘어나고 대 미국·유럽 수출 감소분이 반영되면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서비스수지는 14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6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행수입과 지출이 모두 급감한 가운데 여행수입 감소 폭이 지출 감소 폭보다 컸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89억6,000만달러 급감해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코로나19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 외국인이 국내에서 주식자금을 빼간 영향이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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