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진행된 총회연금재단의 출자 사업에는 19곳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지원했다. 4곳의 운용사에 모두 400억원을 출자할 정도로 규모가 작았지만 업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코로나19 사태로 증권사와 캐피탈사 등 국내 주요 투자자의 펀드 출자가 어려워지자 자금 매칭에 어려움을 겪는 운용사들이 출자 사업에 대거 뛰어든 것이다. 한국성장금융이 기업구조혁신펀드 위탁 운용사 선정 일정을 앞당겨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소식에 PEF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다.
사모펀드의 한 고위 관계자는 7일 “PEF가 700여개를 넘어서면서 기관 투자자의 출자 사업을 두고 운용사들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평균 경쟁률이 3대1이 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경영참여형 PEF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만 138곳이 새로 생기면서 활동 중인 PEF는 721개사에 달한다.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투자받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다. 또 다른 PEF 관계자는 “공제회 등의 자금을 따내면 PEF의 능력을 검증받는다는 의미도 있는데다 안정적인 운용보수를 챙길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과열 양상이 나타나면서 기관투자자의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잡음도 나온다. 최근 진행된 과학기술인공제회(이하 과기공)의 수시 출자 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기공은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조성하고 있는 신규 블라인드펀드에 2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케이스톤PE는 지난해 10월 진행된 과기공의 정시 출자에서 탈락한 바 있다. 과기공이 탈락 운용사를 6개월 만에 수시 출자로 선정하면서 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수시 출자가 정기 출자의 ‘패자부활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 과기공 내부 규정에 따르면 정기출자에서 공제회 기준에 미흡해 탈락한 블라인드펀드는 같은 해의 수시 출자에 신규 제안을 할 수 없다. 출자는 회계연도가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바뀌면서 규정 위반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정기출자에 탈락한 펀드를 그 직후 진행하는 수시 출자에서 재선정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관련 부서에서도 ‘정기 출자에서 탈락한 펀드를 선정할 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공 관계자는 “기존 펀드의 성과가 좋아 고심 끝에 출자를 결정했다”며 “특수 상황 투자(스페셜시추에이션)에 강한 운용사인 만큼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투자 환경과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케이스톤PE는 대중제 골프장 안성Q의 자본재조정을 통해 과기공에 투자 원금 500억원을 포함한 640억원 규모 분배를 마쳤다. 과기공이 과거 출자한 블라인드 펀드인 ‘SG-케이스톤재기지원기업재무안정’ 펀드도 내부수익률(IRR) 22%라는 성과를 냈고 현재 청산을 진행하고 있다.
출자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용사들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성장지원펀드의 운용사로 선정된 SKS프라이빗에쿼티는 운용본부를 여러 개로 나눠 ‘소재·부품·장비분야(소·부·장)’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에 지원, 산업은행 출자금을 중복 지원받기도 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