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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 삼성' 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사업부문-물산, 금융부문-생명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유력

'소유는 하되 지배하지 않는다'

발렌베리家 승계 방식도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세 경영승계를 포기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달라질 삼성의 지배구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는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소유와 경영이 이뤄졌던 ‘한국 재벌’의 궤적도 함께 바꿔놓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7일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한 이 부회장의 결단인 만큼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검토해왔던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삼성만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현재와 같은 계열사별 독립적인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내고 있는 현재의 틀을 깨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의 디바이스솔루션(DS), 스마트폰의 IT&모바일(IM), 가전의 소비자가전(CE)으로 분류된 사업 부문은 각각의 전문경영인(CEO)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협업과 경쟁을 이어가면서 삼성전자라는 법인을 충실하게 뒷받침하는 축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위기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미래를 고민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계열사 간 사업 조정이나 자원 배분, 중장기적 투자계획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할 ‘누군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주주인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가의 동의 아래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미래전략실이나 구조조정본부와는 다른 협의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가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다. ‘금산분리’ 원칙을 고려해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사업지주와 삼성생명을 축으로 한 금융지주로 쪼개는 것이다. 현행법은 금융사의 비금융 계열사 보유 지분 한도를 10%로 정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조4,0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한 것도 이 한도 내에서 지분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힘을 얻은 여당은 보험업법 개정 등을 통해 보험사 보유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총자산의 3%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금융계열사를 통한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날 “더 이상 경영권승계 문제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이 부회장이 선제적으로 계열사 간 엮인 지분을 정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롤모델로 널리 알려진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승계 방식이 주목된다. 발렌베리그룹은 스웨덴의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한 기업집단으로 통신장비업체 에릭손,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 중공업기업 ABB와 은행 등 100여개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이 그룹은 5대에 걸쳐 지분 승계를 해왔지만 ‘소유하지만 지배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지배구조와 경영 후계자를 능력에 따라 선정하는 방식 때문에 스웨덴 사회의 존경을 받아왔다. 발렌베리그룹은 지주사인 인베스터를 두고 있다. 지주사 인베스터는 개인이 아닌 가문이 세운 재단이 소유해 승계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재계에서 거론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어제 이 부회장 발언 외에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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