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이 막대한 혼란 속에 지급되는 데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에 중앙부처 장·차관이 반납하는 임금도 중구난방식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 공직자들이 자발적(?)으로 반납한 임금 일부는 원칙도 없이 부처별로 따로 관리되는가 하면 아직 사용처 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7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4개월 동안 장·차관급 공무원 급여의 30%를 반납하겠다”고 밝힌 이후 중앙부처는 물론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임금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를 포함해 장·차관급 공무원은 약 140명으로 이들이 4개월 간 30%의 임금을 반납하면 총 18억5,000만원이 모일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고용보험기금 재원을 보강하는 데 쓰기로 한 재난지원금 기부금과 달리 고위공직자 임금 반납분은 아직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았고 어느 부처가 주도적으로 관리할지도 확정이 안 돼 있다는 점이다. 인사혁신처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은 서로 “우리 부처와 무관하다”며 일을 떠넘기고 있다. 이 때문에 장·차관 임금 반납분은 부처별로 급여 지출을 담당하는 운영지원과에서 관리하는 실정이다.
중앙 부처 지침과는 상관없이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수장들도 자발적인 임금 기부에 나서고 있으나 사용처는 역시 제각각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을 포함해 총 4명이 4개월 간 임금 30%를 반납해 총 5,100만원을 모으기로 했지만 사용처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한국전력은 김종갑 사장과 경영진이 12개월 동안 월 급여의 10%씩을 내놓고 전통시장 지원에 활용하기로 했다. 도로공사는 임원급 10명이 4개월 동안 9,300만원을 모아 기존부터 운영 중인 사내 기부펀드에 전달할 방침이다. 인천공항공사 역시 경영진이 4개월에 걸쳐 임금의 30%를 반납할 예정이지만 사용처는 미정이다.
자발적으로 캠페인에 동참하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물론 총리의 지침에 따라 시행 중인 장·차관의 임금 반납분도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의 반(半)강제 기부’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본래의 취지라도 살리려면 통합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면밀한 계획 없이 ‘보여주기용’ 임금 기부는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다” 면서도 “규모가 얼마나 됐든 기부금을 하나의 바구니 안에 담아 효과적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안을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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