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임과 회식이 제한되면서 난관에 봉착한 주류 업계가 가정용 시장을 노린 ‘안방전쟁’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두 달간 맥주 업계의 가정용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서며 사상 처음으로 유흥시장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로써 주류 업체의 불꽃 튀는 맥주 시장 쟁탈전은 유흥시장이 아닌 가정으로 옮겨갔다.
10년 가까이 정상을 지켜온 오비맥주의 1위 수성, ‘테라’를 앞세운 하이트진로의 1위 탈환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여기에 맥주 왕좌 10년 주기설과 종량세 변화에 따른 롯데주류의 선전 등이 맞물려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8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은 지난 3~4월 가정용 매출 비중이 60%를 기록하며 국내 맥주 업계 사상 처음으로 유흥시장(40%)을 넘어섰다.
맥주 시장은 판매처별로 크게 식당·주점으로 대표되는 유흥시장과 마트·편의점 위주의 가정용 시장으로 양분돼 통상 55대45 비율이 유지돼왔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유흥시장 판매가 쪼그라들면서 안방전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비의 수성이냐 진격의 테라 하이트진로의 탈환이냐… 10년 주기설 또 나왔다
국내 맥주 업계에서는 최근 ‘10년 주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맥주 시장은 대략 10년 단위로 약속이나 한 듯 1·2위가 바뀌어왔다. 하이트진로는 1996년부터 2011년까지 1위를 지키다 2012년 오비맥주가 주력 제품 카스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왕좌를 내줬다. 이후 오비맥주는 9년째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테라의 무서운 성장세를 앞세워 시장에 바람을 일으키면서 10년 주기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증권 시장에서도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다음주 1·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테라는 올 1월 280만상자를 판매된 후 코로나19 사태에도 월 판매 200만상자를 상회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점유율은 테라 출시 이전 20% 중반에서 출시 이후 30% 중반으로 확대됐으며 연말 40%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기존 제품인 맥스의 대체재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성장 속도가 대체재로 치부하기에는 압도적이라는 주장이 주류를 이룬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테라와 참이슬로 만든 폭탄주인 ‘테슬라’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서울 여의도·홍대 등에서는 이미 테라가 카스를 넘어섰고, 이 같은 현상은 시차를 두고 지방과 가정으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업계 1위인 오비맥주 역시 1위 수성 의지는 만만치 않다. 주류의 경우 특히 입맛을 잘 바꾸지 않는 보수적인 경향이 크기 때문에 맥주 시장에서의 1위는 상징성이 더욱 크다. 올 2월 코로나19 창궐로 4월 청주공장의 물량 감산을 결정한 오비맥주는 이달 첫째 주 황금연휴에 때 이른 더위로 카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편의점·마트 등에 물량을 맞추지 못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4월 말~5월 초에 수요가 회복된 것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4월 감산이 무색해질 정도”라며 “5월 중순에는 공급이 다시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종량세 업고 유일하게 인하한 클라우드도 매력 쑥
롯데칠성음료는 다른 요인으로 선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종량세 개편에 따라 세금 인하분만큼 출고가를 인하하면서다. 클라우드 출고가(500㎖ 기준)가 캔 제품은 기존 1,880원에서 1,565원으로, 병 제품은 1,383원에서 1,308원으로 각각 315원, 75원 인하됐다. 국내 대형 맥주 업계의 제품 중 유일하게 가격이 인하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100% 홉 맥주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실제 클라우드는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올 4월까지 전년 대비 약 30% 성장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종량세 전환에 맞춘 출고가 인하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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