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로 하락했던 원자재 가격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비철금속 가운데는 수요 증가가 본격화함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주요 광산이 셧다운된 구리가 주목받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은 전일 대비 1.30% 오른 2.41달러를 기록하며 5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탔다. 구리는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로 꼽힌다. 구리 가격은 경기 전환점을 선행해 보여준다는 이유로 시장에서는 구리를 ‘닥터 코퍼’(Dr.Copper·구리 박사)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
구리 선물가격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 말 2.12달러까지 급락했으나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반등의 배경은 전 세계 전기동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중국 산업생산 정상화다. 구리는 전선이나 인쇄 배선 등에 주로 사용되는 원자재로 통신망과 송전설비 등에 사용된다.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에서 구리 관련 수요가 늘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 3월 4일 5G통신망, 특고압 송전 설비, 고속철도, 전기차 충전시설, 데이터센터, 산업 인터넷망 등을 포함하는 신인프라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며 “예전보다 비철금속의 수요가 크지는 않겠지만, 구리는 (다른 비철금속과 비교해) 신인프라투자의 수혜를 상대적으로 더 받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오는 22일 개최할 예정인 양회에서 발표될 추가 경기부양책도 하반기 구리수요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의 원인인 공급 과잉 역시 구리의 경우는 주요 생산국의 잇단 광산 폐쇄로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및 정부의 이동 제한조치로 구리 광산운영이 차질을 겪으며 세계 생산량의 27.6%를 차지하는 칠레와 11.4%를 차지하는 페루, 6.5%를 차지하는 콩고(6.5%) 등 주요 구리정광 생산국에서 광업 생산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며 “현재까지 가동중단을 고려하면 올해 실질적으로 연 34만톤(1.6%) 정도의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며, 광산 가동중단 기간이 늘어나면 공급차질량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내 구리 관련 기업의 주식과 선물 투자 상품도 들썩이고 있다. 구리값 상승 기대감에 지난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구리제련 등을 영위하는 이구산업(10.49%)과 대창(6.49%), 영풍(3.15%) 등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서원(1.51%)과 풍산(1.26%) 등도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사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 등 구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도 강세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2종의 구리 ETF인 ‘미래에셋 TIGER 구리실물’은 6,110원을 기록하며 3일째 오름세를 이어갔고, 삼성 KODEX 구리선물도 1.99%(90원) 오른 4,610원을 기록했다. ETN의 경우 신한 구리 선물 ETN(H)이 2.33% 올랐고 파생과 차입을 통해 변동성을 키운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은 4.64%,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은 4.96% 급등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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