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구직급여 지출 규모가 3개월째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며 1조원에 육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된 사회안전망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고용 충격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코로나발 고용 충격이 제조업으로 확산되고 있어 고용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1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0년 4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규모는 9,933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직급여 지출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3개월 연속이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보장성 강화와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신규 신청자 증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 유도 정책과 구직급여액 인상(평균임금의 50%→60%)을 추진한 바 있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12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만2,000명) 늘었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월 이후 최고치이며 증가인수로는 외환위기인 1998년 4월 이후 가장 많다.
고용위기는 코로나19의 직접 타격을 받은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였다. 업종별 신규 구직급여 신청자 수는 △제조업 2만2,000명 △도소매업 1만6,300명 △사업서비스 1만5,700명 △보건복지업 1만3,900명 △건설업 1만3,700명 △숙박음식업 1만2,700명 등이었다. 제조업이 2만명 선을 넘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취업·실업을 복합적으로 볼 수 있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살펴보면 제조업이 구조조정과 코로나19로 인한 수출입 타격을 동시에 받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4만명 줄어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세부 업종별로는 기계장비·전자통신·1차금속·자동차 등 수출입 민감도가 큰 분야에서 가입자 수가 줄었다.
연령별로는 29세 이하 가입자 수가 237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다. 3월 기준으로 감소 전환(-0.7%)한 후 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30대 가입자 수도 33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권 실장은 “고용보험 자격 취득자는 전년 동기 대비 17.8% 줄어 상실자 감소율 4.5%보다 높다”며 “기업이 휴업·휴직으로 총 고용을 보장하는 가운데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연기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월별 구직급여 지출액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한데다 코로나19의 고용 타격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권 실장은 “다음주에 지출이 1조원을 넘길지는 모르겠지만 연간 12조원이 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는 9조원 후반대로 본예산에 반영했는데 예산이 그것보다는 초과될 것 같아 3차 추경 때 예산 반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용보험기금은 2조87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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