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보다 교원 축소 시기를 앞당긴 것은 학령인구 감소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8년 4월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에서 오는 2030년 초중고 학령인구를 449만명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에서는 이 수치가 426만명으로 더 줄었다.
11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충북대 산학협력단의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중장기 교원수급 방향 및 과제’ 용역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감소세는 한층 뚜렷하다. 산학협력단이 통계청 중위추계 자료를 활용해 2040년 학생 수를 추계한 결과 초등학생 199만명, 중학생 82만명, 고등학생은 50만명에 그쳤다. 올해 초중고 학령인구(546만명)의 65% 수준이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교원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비대면 교육이 전격 활성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교육 형평성 제고를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할 방침이다. 일례로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학급당 학생 수를 17명으로 유지한다. 또 소규모 학교는 최소 학급규모를 유지하되 소규모 외 학교는 204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학급당 학생 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필요한 교원 규모는 2040년 기준 초등학교 16만명, 중학교 14만명 수준으로 추정됐다. 2017년 기준 OECD 국가 평균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15.2명, 중학교 13.3명, 고등학교 13.4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 16.4명, 중학교 14.0명, 고등학교 13.2명으로 고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OECD보다 높다.
정부는 교원양성제도 및 교원자격제도 개편, 고교학점제 도입, 소프트웨어 중심 교육 강화,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활성화 등을 포함해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 정원을 줄이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앞으로는 강의전담·행정전담·학생지도전담 식으로 교사도 전문화해야 한다”며 “비대면 수업과 내신제도 등 큰 그림으로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당장 사범대·교대 등 교원을 양성하는 학과의 정원 및 통폐합 문제에 대한 논의가 더디다는 점이다. 2008년 제주대 사범대와 제주교육대가 통합된 후 사범대와 교대 간 통합 사례가 없을 만큼 대학의 자발적인 인력 감축 시도는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사범대·교대·교원대 등 교원양성기관 정원을 감축할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대학 및 학생 반발을 우려해 아직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해 교원양성기관 통폐합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교원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예비교원들이 집단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2019~2020년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시행계획’을 공개하면서 C~E등급을 받은 학과는 정원을 감축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다음달 사범대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사범대·교대·교원대 등 교원양성기관 평가에 나서지만 실제 C등급 이하 학과가 등장할 경우 학생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교원 감축 움직임이 빨라지자 사범대 재학생 등 예비교원들은 급격한 교원 감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지난달 총선 전 각 정당에 학령인구 감소시기에 맞춘 교육여건 개선 등 3대 요구안을 전달했다. 교대련 측은 “학급당 학생 수 및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함께 사용, 과밀학급과 소규모 학교 문제 해결, 교육부에서 목표로 하는 교육정책 추진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환경 마련 등을 고려한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기자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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