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100년행복연구센터는 이 같은 내용의 생애금융보고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을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보고서는 서울 수도권 및 5대 광역시 거주자 중 주된 직장에서 퇴직해 국민연금을 받기 이전인 50대 이상 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61.3%)이 ‘4말5초(40대 후반 50대 초반)’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들이 국민연금을 처음 받기까지 소득이 없는 ‘소득 크레바스’ 기간은 평균 12.5년이다.
이 기간을 버티기 위해 퇴직자들은 지출부터 줄였다. 설문에 응답한 퇴직자 3명 중 2명은 퇴직 전 대비 생활비를 28.7% 줄였다. 응답자의 월평균 생활비는 252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기본적인 생활비에 경조사비·여가생활비 등을 감안해 이상적인 노후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월 4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퇴직자들이 선택한 것은 다시 ‘일’이었다. 퇴직자 중 절반가량은 재취업(37.2%)이나 자영업(17.9%)을 했다고 응답했다. 배우자도 절반 이상(58.6%)은 일을 하고 있어 가구 단위로 보면 경제활동 비중은 84.8%로 올라갔다.
일은 하고 있지만 생활비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퇴직자는 많았다. 퇴직자 중 36.4%는 일을 그만두면 당장 또는 1년 이내에 형편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 살았다.
반면 퇴직 이후 노후자금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이른바 ‘금(金)퇴족’도 있었다. 금퇴족은 전체 응답자의 8.2%를 차지했다. 이들은 한 달 생활비로 일반 퇴직자보다 56만원 더 많은 308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퇴직 후 충분한 노후자금을 가질 수 있는 비결로 젊은 나이에 연금에 가입해 일찍 내 집을 마련한 점이 지목된다. 조사 결과 금퇴족의 62.2%가 생활비를 마련하는 주요 방법이 금융자산인 가운데 그중에서도 절반가량(47.1%)이 퇴직연금·연금저축·개인연금보험 등 연금을 꼽았다. 특히 금퇴족의 연금 가입률은 30대 초반에 28%를 기록해 40대 초반에는 46.3%를 찍었다. 같은 기간 일반 퇴직자가 20.4%에서 29.3%로 집계된 것과 대조적이다.
금퇴족의 대부분(92.7%)이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자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한 시기는 절반가량(46%)이 34세 이전이라고 대답했다. 반면 일반 퇴직자의 경우 74%가 자가 주택을 보유해 34세 이전에 주택을 보유한 비중은 35.7%에 그쳤다. 거주 주택 이외에 상가·오피스텔 등을 보유한 비중도 금퇴족이 일반 퇴직자보다 배가량 높았다.
조용준 100년행복연구센터장은 “금퇴족은 경제활동을 포함해 금융자산·임대소득 등 생활비 원천이 다양하다”며 “일찍부터 노후자금을 성공적으로 운용해 소득원의 분산을 이룬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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