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가 싱가포르 바이오 벤처 기업인 ‘허밍버드 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했다고 11일 밝혔다. SK㈜는 약 80억원 규모로 진행된 이번 투자에 주요 투자가로 참여했다.
허밍버드는 건강관리 기업 사노피 출신 전문가들이 항체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설립한 회사다. 항체 의약품이란 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항원의 작용을 방해하는 체내 면역 단백질로 대표적인 고부가 의약품으로 꼽힌다.
특히 허밍버드는 항체신약 개발의 핵심 요소인 최적의 항체 발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기존 항체 개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항원을 동물에 주입해 최적의 항체를 찾는 방식으로는 항원의 특정 부위에만 선별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단시간에 만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허밍버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 항체가 결합하기에 가장 좋은 항원의 부위를 선별하고 선정된 부위에만 결합하는 자체적인 항체 발굴 기술을 갖고 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허밍버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미국 텍사스암예방연구소(CPRIT)가 1,300만달러(약 158억5,000만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영국 암 연구소가 허밍버드의 항암 신약후보 물질 임상 1상 비용을 지원했다. SK㈜의 한 관계자는 “연구기관의 임상단계 신약후보 물질 지원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허밍버드는 지난해 9월 다국적 제약사 암젠과 최대 1억달러(약 1,220억원) 규모의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SK㈜는 지난해 10월 중국 바이오 벤처 ‘하버바이오메드’에 투자하는 등 항체신약 기술 선점에 나서고 있다. 사노피와 존슨앤드존슨 등 세계적 제약사와 하버드 의대 출신 전문가들이 2016년 설립한 하버바이오메드는 항암과 면역질환 치료용 항체 의약품을 개발한다. SK㈜는 약 900억원 규모로 진행된 이 투자에 싱가포르투자청(GIC), 레전드캐피털 등과 함께 참여했다.
SK㈜가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는 것은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잠재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바이오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8년 2,430억달러(약 290조원)에서 오는 2024년 3,880억달러(약 47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8% 이상의 높은 성장률이다.
SK㈜는 이번 투자로 신약개발 자회사인 SK바이오팜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시장에서 ‘엑스코프리’라는 이름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SK㈜ 관계자는 “바이오·제약 혁신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와 개방형 혁신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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