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매년 여름철(7~8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면서 초래하는 손실분을 메워주기 위해 정부가 산업용 경부하 요금(심야할인) 개편을 검토중인 가운데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도 부담스럽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부하 요금제도는 한전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전력 수요가 줄어든 심야(오후 11시~오전 9시)와 공휴일 등에 다른 시간대 보다 저렴하게 책정한 것으로, 이를 개편할 경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에 대해 94%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기업 가운데 종사자 50~100인 미만의 소기업들은 100%가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한전이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면서 연간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이를 보전하기 위해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 개편을 내부적으로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기중앙회는 경부하 요금제 개편에 따른 중소기업 부담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90%는 한전이 경부하 요금을 인상할 경우를 “현재보다 요금 수준이 증가한다”고 답해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재원과 인력 부족한 탓에 대기업에 비해 경부하 요금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한전측) 주장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경부하 요금이 인상되면 영세 중소업체들의 비용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기중앙회의 이번 조사결과 최근 1년간 경부하 시간대인 오후 11시에서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조업을 한 적이 있는 중소기업은 76.3%로 경부하 요금 인상이 중기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경부하 요금 인상에 따른 경영애로를 호소하는 응답도 높았다. 응답 기업 가운데 94.7%는 ‘생산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를 먼저 꼽았고, 5.3%는 ‘경부하 시간대 조업시간 단축으로 생산량 감소’ 등을 걱정했다.
대안으로 중기의 31.7%는 정부가 중기 에너지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중소제조업 전용 요금제를 신설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중간·최대부하 요금처럼 경부하 요금 이외 시간대 요금 인하(24.3%), 전력예비율이 높은 6월·11월에 봄·가을철 요금 적용(22%) 등을 꼽았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코로나19로 중기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 부담까지 가중되면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창업 제조업에만 적용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을 중소제조업에도 한시 적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