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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들이 차밭으로 간 이유는?

■ 공예주간 연계 '다함께 차차차' 전시

백경원 '도예' 유남권 '옻칠' 김준수 '가죽' 등으로

토종 차 문화 선봬…통의동 보안여관서 22일까지

백암요의 매화문양 다기. /사진제공=통의동 보안여관




햇살이 적당히 좋았던 지난 5일과 6일, 도자와 금속을 만지는 공예가들이 전남 장성군 삼계면 죽림리의 차밭으로 향했다. 지난해 여름에도, 가을에도 차가 만들어지는 곳의 물과 바람을 몸으로 체험했다. 하지만 봄기운 머금은 야들야들한 찻잎을 하나씩 따고, 커다란 떡음솥에 넣고 덖은 후 꺼내서 비벼주는 ‘차 만들기’ 작업을 직접 하기는 처음이었다. 이들 젊은 실력파 공예가들을 프로젝트 팀으로 엮어 ‘티어벤져스’라 이름 붙인 사람은 서울 통의동 보안여관의 최성우 디렉터다. “생산이 담보가 되지 않는 문화는 가짜다”라고 말하는 최 디렉터는 “차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해 봄으로써 찻잎 하나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차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를 우려내고 마시는 데 필요한 도구, 즉 다구(茶具)를 제작하기 위해 차의 모든 것을 경험했던 작가들이 ‘다함께 차차차’라는 제목의 전시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공예주간’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매년 봄에 열리던 ‘공예주간’의 여러 행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9월 18~27일로 연기됐다.

김준수 작가의 다기와 가죽으로 만든 보관함. /사진제공=통의동 보안여관


한국의 차(茶)는 신라 시대 때 당나라에 건너간 유학생들이 불교(선종)와 함께 한반도에 갖고 들어온 후 생활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고려 때 융성하다 조선시대에 억불숭유 정책으로 약해진 차 문화는 사찰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가다가 조선 후기 초의선사,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 실학파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다시 부흥하는 듯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겼고 1980년대 일본으로부터 차 문화가 역수입되는 바람에 한국적 차 문화는 여전한 혼란기를 보내고 있다. .

백경원 작가의 다기 세트. /사진제공=통의동 보안여관




이 같은 차 문화의 실정을 파악한 작가들은 차를 단지 음료가 아닌 소통의 수단으로 봤고, ‘티어벤져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른 분야 공예가들과의 협업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서울대 도예과를 졸업하고 덴마크 굴라야고 국제도자센터 레지던시 등에서 활동한 백경원 작가는 손성형 기법으로 그릇을 만들었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이윤정 작가가 금속다구를 제작해 나란히 놓았다. 백경원의 도자기가 유남권 작가의 옻칠 다함에 담겼을 때는 또 다른 분위기를 이룬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 박강용 이수자인 유남권은 동양화와 가구디자인을 전공한 후 다양한 재료를 옻칠에 적용해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가죽을 다루는 김준수 작가의 다함과 차 받침 등은 유럽의 가죽 명품 못지않은 기품과 실용성을 겸비했다. 그는 안성에서 다기를 만드는 신정현·김유미 부부도예가의 ‘토림도예’와 협업해 휴대용 가죽 다구박스를 선보였다. 직조 공예가 이지원은 면,모시,삼베 같은 자연소재를 활용해 휴대용 다구를 감싸는 직조 파우치를 선보였다.

중견 도예가들의 작품도 놓쳐선 안 된다. 경주 남산 아래 장작 가마를 둔 ‘백암요’는 남편 박승일이 청화백자를 굽고 필력 좋은 아내 이정은이 문양을 그려 넣었다. 매화 흐드러진 봄날, 독야청청 소나무 등 자연의 풍광이 흰 찻잔 푸른빛으로 내려앉았다. 전시기간 중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엔 작가들과 함께하는 유료 다회(茶會)가 진행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희뫼요의 다기. /사진제공=통의동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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