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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두처럼…인류는 코로나를 이겨낼까 [고광본의 생생과학사]

■백신의 역사





기원전 3000년께 고대 이집트의 미라 중에는 얼굴 등 몸에 ‘곰보 자국’ 흉터가 있는 천연두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게 있다. 그만큼 인류사는 바이러스와 세균과의 전쟁사이다. 16세기 잉카 문명과 아즈텍 문명 등 아메리카 원주민이 스페인 침략자에게 전멸당하다시피 한 것도 유럽인들이 갖고 온 천연두 바이러스의 영향이 컸다. 대신 유럽인들은 아메리카에서 매독균을 가져가 고통을 받았다.

이 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해 고대 인도에서 시작돼 중국·터키 등에서는 일부에서 고름이 굳은 피부 딱지를 가루로 만들어 건강한 사람이 코로 흡입하도록 했다. 당시에도 면역력을 키우는 백신의 원리를 어렴풋이 알았던 셈이다. 18세기 초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터키 이스탄불에 체류했던 영국 작가 메리 몬터규는 “영국에서 아주 흔하고 치명적인 천연두가 이곳에서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큰 바늘로 사람들의 혈관을 째고 바늘 끝에 얹을 수 있는 만큼의 고름을 집어넣어 접목한다”는 기록을 남겼다. 다시 말해 사람 천연두(인두·人痘) 백신을 맞고 있었다는 얘기다.

천연두, 고대 이집트 미라서 흔적

18세기 우두법 거쳐 20세기 종식

파스퇴르는 광견병 등 백신 개발



몬터큐는 1721년 영국에서 천연두가 유행하자 왕실에 인두 접종을 권했다. 이에 왕실은 범죄자와 빈민에게 먼저 맞도록 한 뒤 왕손들에게 적용했는데 오히려 천연두에 걸려 숨지는 경우가 나오고는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는 ‘소젖 짜는 여인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에 근거해 1796년 인두가 아닌 우두(牛痘)를 62세 남성과 8세 소년에게 접종한다. 소젖 짜는 여인의 손에 난 물집의 고름을 뽑아 나뭇조각에 묻혀 상처 부위에 문지르는 방법으로 주입한 것이다. 이들은 앓다가 회복한 뒤 면역력을 갖게 됐다. 이때 제너는 우두를 라틴어의 바카(암소)를 따 ‘바리올라에 바키나에’라고 표현했는데 여기에서 백신이 유래됐다.

하지만 종교계와 의료계 일부의 반대로 “소 고름을 맞으면 사람이 소로 변한다”는 헛소문이 돌았으나 점차 우두법이 퍼지게 된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1805년 전쟁에 앞서 군인들에게 우두 접종을 명했으며 우리나라에도 1880년 지석영 선생이 우두법을 선보이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지난 1950~1960년대까지도 천연두에 걸린 사람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결국 동서고금을 통틀어 수억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천연두는 1979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종식 선언이 나온다. 인류가 싸워 근절시킨 유일한 바이러스가 된 것이다.



백신 하면 19세기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치사율이 90%에 달하는 닭 콜레라를 막기 위한 백신을 개발했다. 이어 흙→식물→초식동물→사람에 전염돼 발작을 일으키며 목숨을 빼앗는 탄저병 백신을 내놨다. 특히 미친개에 물린 사람 중 일부가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며 죽어갔는데 광견병 백신도 선보이게 된다. 미친개의 뇌 조직을 떼어내 토끼에 감염시킨 뒤 뇌와 척수를 추출해 건조시켜 독성이 약한 것부터 강한 것까지 순서대로 몇 주간의 잠복기 예비환자에게 주입했다. 하지만 개나 늑대에 물린 사람들 중 일부가 광견병 백신을 맞고도 숨지자 파스퇴르는 일부에서 ‘돌팔이’ ‘살인자’로 매도되기도 했다.

이후 인류는 여러 백신을 개발하게 되는데 개발 방법에 따라 다양한 백신이 존재한다. 사백신은 인플루엔자·소아마비·콜레라 백신처럼 배양한 병원체를 죽이되 항원의 특성을 유지하게 만든다. 약독화·생백신은 홍역·장티푸스 백신처럼 병원체를 약하게 만들어 주입해 면역력을 키운다. 톡소이드 백신은 파상풍·디프테리아 백신처럼 병원체가 아니라 원인 물질인 독소를 비활성화해 개발한다. 이종 백신은 천연두 백신처럼 병원성이 낮은 병원체를 이용한다. 아단위 백신은 1세대 B형간염 백신처럼 항원결정 부위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따로 추출해 만들다. 재조합 백신은 2세대 B형간염 백신처럼 병원체의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항원결정 부위를 따로 생산해 주입한다.

코로나는 전파력 세고 변이 많아

아무리 빨라도 내년 가을에 개발

성공률 낮아 안전성도 장담 못해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백신 개발은 아무리 빨라도 1년~1년 반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파력이 센데다 RNA바이러스라 변이도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올여름 북반구에서 소강상태를 보이더라도 겨울을 맞은 남반구에서 유행하다가 늦가을 이후 다시 북반구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 1918년 봄 스페인 독감이 터졌을 때도 그해 여름 주춤했다가 가을 이후 2차 대유행한 전례가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플루엔자는 연간 세계에서 약 280만명의 환자를 발생시킨다”며 “올가을 코로나19와 같이 온다면 큰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비슷한 견해를 표명하며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로 100개 이상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중 8개는 임상 시험 중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생명공학회사 모데나와 함께 백신 개발을 추진하며 지난주 600명을 대상으로 2단계 임상시험에 들어갔고 이르면 올여름 3단계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화상 증언을 통해 ‘1~2년 내 백신이 개발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 그렇게 되지 못하는 확률보다 더 높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어떤 백신들은 감염에 실제로 부정적 효과를 나타낸다. 가장 큰 문제는 약효다. 당장 나타날지, 나타나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백신이 오히려 바이러스 내성을 키우는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도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주최 포럼에서 “백신을 12~15개월 안에 개발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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