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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자급자족'…이재용·정의선 손 잡았다

삼성SDI 천안 사업장서 회동

전기차 배터리사업 전략 논의

'글로벌 시장 장악' 동맹 나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미래차 시장’ 장악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국내 재계 서열 1위와 2위 그룹 총수가 사업 목적으로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과 현대차(005380)그룹 경영진은 이날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경영진을 만나 전기차배터리 개발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회동에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 외에 전영현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동석했고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수석부회장과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등이 각각 참석했다. 삼성의 전기차배터리 책임자와 현대차의 미래차개발진이 함께 한 셈이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전지동 임원회의실에서 삼성SDI 및 삼성종합기술원 담당 임원들에게 글로벌 전고체배터리 기술 동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눴다. 전고체배터리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출력 및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린 제품으로 ‘꿈의 배터리’라고도 불린다. 양사 경영진은 이후 삼성SDI 천안사업장 내 전기차용 배터리 선행개발 현장을 둘러보며 사업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이번 만남으로 삼성과 현대차 간 협업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는 전통의 라이벌로 불려온데다 지난 1990년대 삼성그룹이 자동차산업 진출을 선언하며 관계가 악화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0여년간 두 그룹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이뤄진데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핵심 사업 분야로 시스템반도체·바이오와 함께 미래차를 꼽은 만큼 정책기조에 호응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협업이 필요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전장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향후 자율주행차 분야까지 양측의 협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신기술 현황 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을 위해 양사 간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철민·박한신기자 chopin@sedaily.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 단독 회동을 두고 업계에서는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이들의 추가 협력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이날 회동은 석유 등 화석연료 기반의 자동차 시장을 전기차 기반 시장으로 탈바꿈시킬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지긴 했지만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 모델이 ‘자율주행차’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SDI의 기술 로드맵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재계에 따르면 이날 회동의 핵심 주제였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에 따라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삼성SDI의 입지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출력 및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린 배터리로, 업계에서는 오는 2030년께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일본 도요타의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지만 삼성SDI와 현대차 간 협력으로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지난 3월 단 한 번의 충전으로 800㎞ 주행이 가능하고 1,000회 이상 재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전기차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장시간 충전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로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필수다. 삼성SDI 또한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할 경우 파나소닉·LG화학 등 경쟁사 대비 낮은 시장점유율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2018년 미국의 배터리 전문 스타트업인 ‘솔리드파워’에 투자하는 등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파우치형이 아닌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를 선보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는 파우치형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전기차 포트폴리오가 한층 다양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부문으로까지 협력의 폭을 확대할 경우 인텔·구글·테슬라 등 미국 업체가 주축이 된 선두그룹과 한국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상당 부분 좁혀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실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 시장 장악을 위해 기술 개발과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오토노머스 비어클’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올해 64억5,000만달러 규모에서 2035년에는 1조1,204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사업이다. GM·폭스바겐·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 외에도 구글·바이두·인텔 등이 자율주행차 시장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다.



우선 자율주행차 시장 장악을 위한 삼성전자 행보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인 ‘하드웨어(HW)3’에 ‘엑시노스’ 칩을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는 HW1에 인텔의 자회사인 모발아이의 칩을 썼으며 HW2와 HW2.5에는 세계 최고의 그래픽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의 칩을 사용했다. 반면 지난해 4월 출시된 HW3에는 테슬라가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만든 칩을 탑재했다.

테슬라는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모델S·모델X·모델3·모델Y 등 전기차에서 확보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구글 웨이모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공급할 만큼 차량용 반도체 기술력을 높이고 있는데다 현대차와 빅데이터 관련 협업에 나설 경우 인텔 등 선두 사업자들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자율주행차 반도체 기술 고도화는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의 HW1에는 256MB 크기의 D램 하나만 장착된 반면 HW3에는 8GB 크기의 D램 2개가 장착돼 있다. HW1이 2014년 출시됐다는 점에서 5년 만에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D램 용량이 64배나 늘어난 셈이다.

삼성은 또 2017년 70억달러에 인수한 글로벌 1위 전장 업체 하만의 기술력에 더해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등 자율주행차 시대에 최적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가 자율주행차 구동에 필수인 5세대(5G) 통신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만큼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의 기술력과 결합할 경우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또한 ‘글로벌 톱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로 분류되는 앱티브와 손잡고 미국 보스턴에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한 총 40억달러 규모의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무료 승차공유 서비스인 ‘봇라이드(BotRide)’를 시작하며 관련 빅데이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시장조사 기관 ‘내비건트 리서치’가 평가한 자율주행 기술력 부문에서 올해 전년 대비 9계단이나 올라선 6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번 방문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기술 현황 등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안정화돼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중 하나이며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혁신을 위해 양사 간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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