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창 출근시간인 오전8시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는 각각 150여명의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전날에 이어 오전4시가 넘어선 시간부터 시작된 줄은 이미 건물 반 바퀴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14일 가격인상을 예고한 명품브랜드 샤넬을 구매하려는 명품족들. 특히 이날은 가격인상을 하루 앞둔 시점으로 가격인상 전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수요들로 더욱 붐볐다. 이들의 80%는 20~30대 젊은 고객들이라는 점에서 밀레니얼들의 명품 사랑이 확인된 현장이었다. 대기를 받지 않는 일부 백화점 내 샤넬 매장에서는 백화점 개장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전력질주 하는 이른바 오픈런(open run)의 모습도 보였고 이 과정에서 일부 고객들은 넘어지거나 고성을 지르며 다투기도 했다. 앞줄에 서 있던 한 고객은 “가격상승 폭이 큰데다 평소보다 재고가 많이 풀렸다는 말에 사람들이 더 몰렸고 올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다 보니 보복소비 등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샤넬은 11일(현지시간) 유럽 등에서 가격을 인상했고 14일부터 한국도 가격을 인상한다. 샤넬 매장 내 직원들도 고객들에게 지난 12일부터 가격인상에 대한 안내를 해왔다. 현재 한국에서 샤넬의 가격인상률은 17%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승 폭이 알려지자 일부에서는 대기 순번까지 판매한다는 글이 중고물품 매매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하는 등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샤넬 대란은 백화점 매출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가격인상 소식이 나온 10일부터 12일까지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5% 상승했다. 종일 매장 앞에 장사진을 이뤘던 12일은 전년 대비 119.7%의 신장률을 보였다. 롯데백화점도 12일 기준 74%, 갤러리아도 49%나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가격인상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샤넬이 다시 대폭 가격을 인상한 것을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가격인상을 했다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여기에 “재난지원금 사용에 가격을 인상한 골목상권에 대한 비판은 거세게 하면서 샤넬의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비판은커녕 동조해 긴 줄을 서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더구나 올 하반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급 문제로 또다시 명품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4분기 코로나19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명품브랜드 공방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별로 FW 시즌 상품 출시 전에 나오는 프리폴 시즌 상품의 입고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며 “가을 시즌 상품 입고도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하반기에 혼수 등 상반기에 이뤄지지 못했던 명품 구매수요가 몰릴 경우 또다시 명품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샤넬 담당자도 “5월 입고되는 프리폴 시즌 상품이 연기된 상태로 언제 새로운 시즌 상품이 입고될지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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