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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200자새책]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 外





‘말괄량이 삐삐’ 작가의 삶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옌스 안데르센 지음, 창비 펴냄)=‘삐삐 롱스타킹’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전기다. 부모 없이 원숭이·말을 데리고 씩씩하게 살며 나쁜 어른들을 혼내주는 소녀 ‘삐삐’의 용기와 연대의식은 린드그렌 자신의 모습과 꼭 닮았다. 17세에 미혼모가 돼 보수적인 고향을 떠난 그는 홀로 세상과 싸워가며 작가가 되고, 인권과 반핵, 환경보호 등의 목소리를 내며 시대적 인물이 됐다. 대표작 ‘사자왕 형제의 모험’의 결말이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데 대한 비판에 그는 “어린이는 아직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홀로 남겨지는 것을 무서워하지요. 책의 결말이 어린이에게는 해피엔딩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누구도 혼자이지 않기를 바랐다. 2만5,000원.



일본인이 쓴 ‘난징 대학살’ 소설

■시간(홋타 요시에 지음, 글항아리 펴냄)=전범국 일본의 작가가 중일전쟁 당시 벌어진 ‘난징 대학살’을 다룬 소설이다. 게다가 ‘중국인’ 지식인의 시점에서 쓴 것이라 전후 문예사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난징을 침략한 일본군의 ‘살인,노략질,강간,방화’ 등의 횡포 속에서 아내와 아들을 비참하게 잃었고 집단살육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집으로 돌아와 일본군 장교의 하인으로 위장해 첩보원으로 일하는 그의 독백에는 유난히 쉼표가 많아 돌부리처럼 버거운 되새김질을 공감하게 한다. 원작은 일본의 수정주의 역사관이 확산되기 전인 1955년에 출간돼 참혹상에 대한 묘사가 몹시 생생하다. 1만5,000원.



라투르 등 대표 사상가 25명의 논의

■21세기 사상의 최전선(김환석 외 21인 지음, 이성과감성 펴냄)=미국에서 총기 살인을 두고 “총이 사람을 죽이는가” 아니면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가”에 대한 정책토론이 벌어졌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벽장에 놓인 총이 살인을 저지를 수 없고 격분한 사람도 손에 총이 없다면 살인까지 저지르기 쉽지 않으니 “총과 사람이 연결된 집합적 행위가 초래한 ‘공동 구성’의 결과”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책은 라투르를 비롯해 메릴린 스트래선, 도나 해러웨이부터 제이미 로리머까지 오늘날의 대표 사상가 25명의 논의를 명쾌하게 해설했다. 20세기의 사상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제대로 전망할 수 없듯 자동차 운전, 휴대폰 사용 등 21세기적 삶의 물질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 시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1만8,000원





퀴어영화 감독이 그린 성소수자 배우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김병운 지음, 민음사 펴냄)=배우 ‘공상표’의 본명은 강은성. ‘국민 연하남’으로 등극한 인기 연예인이지만 어려서부터 ‘게이스러운’ 자신의 면모를 애써 지우고 거부하며 살아온 터다. 퀴어 영화를 만드는 독립 영화감독 김영우가 강은성의 진짜 모습을 알아봐 줬지만 거듭 거짓말로 부인했다. 솔직한 고백이 공들여 쌓은 삶의 궤적을 끝장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2014년 ‘작가세계’로 등단했고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부문 당선, 에세이집 ‘아무튼,방콕’으로 유명한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진짜 자신’으로 존재하기 힘든 사회에서 외로워 본 사람들이 공감할 만하다. 1만4,000원.



버번 위스키 역사부터 시음법까지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조승원 지음, 싱긋 펴냄)=마크 트웨인이 “천국에서 버번을 마실 수 없고 시가를 피울 수 없다면, 난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극찬했던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을 망라한 책이다. 옥수수를 주재료로 호밀과 맥아보리 등을 사용해 만드는 버번 위스키에 대한 정의부터 역사, 제조법, 시음법, 마케팅 등을 다뤘다. 와인 못지않게 버번 위스키 또한 좋은 재료와 자연이 주는 여건, 투철한 장인정신이 중요하다. 저자는 ‘메이커스 마크’ ‘짐 빔’ ‘버팔로 트레이스’ ‘잭 다니엘스’ 등 17곳의 증류소를 직접 탐방했고, 버번을 만드는 장인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부터 그들의 치열한 경험과 철학까지 모조리 기록해 담았다.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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