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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反中전선' 구축하는 美...삼성·SK도 '발등의 불'

美, TSMC 압박해 자국유치 나서

화웨이 글로벌 부품조달 원천차단

中 "美기업 블랙리스트 준비" 반격

SMIC 공격적투자로 방어망 구축

삼성, 美中 틈새서 입지 좁아질수도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자급과 중국 디커플링 전략이 ‘반도체 코리아’를 흔들고 있다. 대만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 이어 이번에는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나서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며 초강경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이 같은 보복 조치에는 “애플, 시스코 시스템즈, 퀄컴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조사 착수와 제한 조치는 물론 보잉사의 항공기 구매 중단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 상무부의 성명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미중 갈등으로 엉뚱한 곳에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에 대한 규제는 메모리보다 시스템반도체를 겨냥하고 있다”며 “화웨이의 시스템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TSMC에 대한 압박수위를 더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TSMC는 현재 미국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가 통과되지 않도록 로비를 벌여왔다.



TSMC 등이 타깃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반도체에서 극명하게 드러남에 따라 미중에 주요 고객사와 협력업체를 두고 공장까지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TSMC의 ‘탈(脫)중국’ 행보에 중국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중국 자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설비투자액을 대폭 늘리고 화웨이도 물량을 늘리며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SMIC는 올 1·4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올해 설비투자액(CAPEX)으로 43억달러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전망치 대비 11억달러 늘어난 수치다. SMIC의 1·4분기 매출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등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자국 팹리스 발주 물량의 안정적 확보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난 9억500만달러를 기록했다. SMIC가 현재 주력인 14나노 공정을 7나노 공정으로 ‘퀀텀점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수다. SMIC가 올해 말께 7나노 공정의 반도체 양산에 성공할 경우 올해 5나노 공정 제품을 내놓을 TSMC·삼성전자 등 선두업체와의 기술격차가 2년 이내로 좁혀진다. 추가적인 공정 업그레이드를 위해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등에 미국의 제한을 받을 수 있지만 일부 하이엔드 제품을 제외하고는 7나노 공정만으로도 웬만한 반도체 양산에는 문제가 없다. 업계에서는 SMIC의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 배경으로 화웨이의 지원을 꼽는다. SMIC는 글로벌 2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의 14나노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 710A’를 양산하는 등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대만 TSMC에 물량 발주가 어려워진 화웨이가 자국 파운드리 이용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SMIC 측에 호재다. 올 1·4분기 SMIC의 매출에서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1.6%로 전년 동기 대비 7.7%포인트 늘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SMIC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홍콩 시장에 상장돼 있는 SMIC가 올 초 6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자금을 꾸준히 끌어모으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31억1,600만달러)을 훨씬 웃도는 금액을 올해 설비투자에 쏟아붓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반도체 굴기’를 위해 SMIC의 성장이 꼭 필요하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는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2인 3각’ 체제로 돌아가는데 미국이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중국 팹리스 간의 협업에 딴지를 걸어 자국 파운드리 육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팹리스 분야에서는 세계 정상급인 하이실리콘을 보유한 만큼 SMIC의 기술력도 세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반도체 굴기가 가능하다.

TSMC는 미국 업체, SMIC는 자국 업체와 협업을 강화하면 삼성전자의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을 등에 업은 TSMC가 점유율을 계속 높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10~12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2.7%로 상승했다. 삼성전자(17.8%)는 2위였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TSMC는 점유율을 48~49%에서 조금 더 올렸고 삼성전자는 18% 안팎에 정체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TSMC가 미국에 공장까지 완공할 경우 인텔·퀄컴·애플 등의 파운드리 물량 수주를 놓고 겨뤄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더 애를 먹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TSMC와 거래가 끊긴 중국 팹리스 물량을 수주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지만 삼성 또한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반사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 현지 파운드리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로 TSMC와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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