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미국 첨단 기업에 대한 싹쓸이가 주춤한 사이 한국은 실리콘밸리 등 미국과 손잡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정보기술(IT)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는 마이크 홍(62·사진) CIC테크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이 모태펀드 등 민관 합동으로 미국의 첨단기술 투자에 눈을 돌려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자본유치와 기술제휴 등의 업무를 지원하며 국민대 등 대학 측의 해외 연수도 주선하고 있다.
홍 대표는 “한국도 20여년 전부터 실리콘밸리 진출을 시도해 삼성 등 일부 대기업이 실리콘밸리 투자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 기업이 미국의 첨단 기술이나 인력을 흡수하는 게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견제로 요즘은 미국 기업이나 기술을 사들이거나 인력을 빼가는 것을 공격적으로 하지 못하지만 이미 지난 10여년간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 하에 기업들이 기업이나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고 소개했다. 구글·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에도 중국계가 30% 가까이 차지하는 지경이 됐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기술제휴나 자본투자를 하면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중국에 보내 기술을 다 흡수하는 전략을 썼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중국과 인도는 막대한 자본력과 우수 인력들을 앞세워 현지의 교포 인력과 협업해 창업과 기업 인수, 기술 제휴 등을 통해 파이를 늘려왔다”며 “자연스럽게 모국에서도 첨단기술을 확보하며 고용 창출을 늘리고 경쟁력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도 점차 실리콘밸리에서 중국처럼 현지화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보와 자본력, 우수 인력이 결합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력을 확보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모태펀드 등 벤처투자를 한국 내에서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중국이 했던 것처럼 미국의 좋은 기술과 인력을 통째로 습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 시장 진출 측면에서도 우리나라가 LED에서 중국보다 기술력이 앞서는데도 미국 시장을 뺏긴 것 등의 원인을 현지화 부족에서 찾았다.
홍 대표는 “한국에서 AI나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이 큰데 실리콘밸리에 비해 기술이나 인력 수준이 얼마나 떨어지는지에 대한 냉철한 자성이 필요하다”며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소프트웨어 인재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쳐주지 않아 박사급 교포들도 ‘한국에 갔다가 1~2년 만에 이용만 당하고 텃세가 심해 돌아왔다’는 식으로 얘기한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실리콘밸리 등 미국에서 활동하는 기술력 있는 회사 대표나 과학자 등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부모님이 태어난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고취하는 등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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