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세계 컨테이너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 바다를 지나고 있다. 물동량 감소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을 뛰어넘는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HMM(옛 현대상선(011200))을 비롯한 국내 선사들의 월동 대응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영국 해운조사기관 클락슨은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금융위기 여파로 9% 감소했던 지난 2009년을 제외하고 매년 성장해왔다. 클락슨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 및 소비활동의 침체, 공급사슬 붕괴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다른 업종에 비해 해상운송 분야가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 영향을 직접적으로 크게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4·4분기부터 2009년 3·4분기까지 2.5% 감소한 것보다 악화한 수치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감소율은 6.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 운송 시장이 세계 각국의 소비재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미주·유럽 등 대부분의 수요국이 록다운(봉쇄) 상황인 현시점에서 컨테이너 운송 시장은 침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은 항로별로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4월 수출액은 증가세로 전환했으나 미주·유럽 지역의 수요 부족으로 5월 초 간선항로의 중국 항만 기항 실적이 11% 감소하는 등 불안 요소가 잠재한 상황이다. 클락슨은 “현재 미주 지역에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큰 상황이므로 2·4분기 물동량 추이는 2009년의 20% 감소 수준에 버금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의 높은 파고는 국내외 선사를 가리지 않고 집어삼키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덴마크 머스크, 독일 하팍로이드, 프랑스 CMA CGM 등 3개사의 신용 전망을 일제히 한 단계씩 내려 잡았다.
한국 해운업의 재건 임무를 짊어진 HMM도 이 같은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HMM이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세계 3대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마저 물동량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임시결항(블랭크 세일링)에 돌입했다. 이에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규모의 경제’로 재도약을 노리던 HMM의 경영정상화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HMM은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선인 ‘알헤시라스’호가 만선 출항하면서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배재훈 HMM 사장은 “코로나19로 세계 해운업계의 어려움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이나 해운동맹 가입을 해내지 못했다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크게 불리했을 것”이라며 “2·4분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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