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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또 소송전에 휘말린 자본시장

박성호 증권부 차장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WTI 상장지수펀드’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이 주로 WTI 원유 선물 6월물로 구성돼 있던 이 ETF의 기초자산을 사전 공지 없이 6월물 비중을 축소하고 7·8·9월물을 편입해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운용 측은 ‘투자자 이익을 위한 조치였으며 펀드 구성은 운용사 재량’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삼성운용의 주장처럼 ETF에서의 월물 교체는 국내만 진행한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원유 ETF인 USO(Unites States Oil) ETF도 지난달 보유 월물 조정을 통해 일부 보유 선물을 6월물에서 7월물로 교체한 바 있다. 다만 USO는 월물 조정 전날 공지를 했지만 국내 운용사는 그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 달랐다. 소송이 시작됐으니 잘잘못은 결국 법원에서 가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소송이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또 한 번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1년간 국내 자본시장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번 원유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사태도 운용사나 증권사는 적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것이 최선이었냐’라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미국의 경우 일부 ETN은 3월 초 국제 유가가 폭락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해 조기상환을 결정했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투자자들의 투기성 자금 탓으로 돌려버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투자자들의 투기적 행태도 문제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돈이 될 만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자금이 몰리는 것을 자본시장에서 비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는 늘 ‘손실’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투자상품 중 하나인 주가연계증권(ELS)도 99%의 이익 가능성에 맞춰 구조를 만들지만 올해 급락장에서 보듯 1%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자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상품에 투자를 계속하는 것은 운용사와 증권사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을 비롯해 증권사·운용사 등이 신뢰를 잃는 일을 반복한다면 결국 이들은 자본시장에서 발을 빼고 말 것이다.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다음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과 달리 국내 투자자,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부동산 등에만 관심을 두고 자본시장을 외면한다고 불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그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신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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