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를 시작으로 미중 간 무역갈등 재점화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양국의 갈등이 코스피 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의 영향을 단기적 측면과 장기적 측면으로 나눠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8일 금융투자 업계는 단기적으로 이번 미국의 제재가 삼성전자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기가 어려워졌는데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미국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의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경우 화웨이향 매출 비중이 큰 업체들도 단기적으로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의 화웨이향 매출 비중은 SK하이닉스가 13.7%, 삼성전자는 1.4%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반도체 이외의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제재 당시 반도체는 단기적으로 재고 확보를 위해 화웨이에 대한 주문이 증가했지만, 미중 분쟁에 의한 정보기술(IT) 전반의 수요 둔화를 복합적으로 경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로 반사이익 전망에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1.99% 상승했다. 특히 외국인(539억원)과 기관(872억원)의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유럽 시장에서 화웨이(23%)와 삼성전자(34%)의 경쟁관계가 성립한다”며 “화웨이가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반사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사인 애플에 보복 제재를 가할 가능성 역시 삼성전자에 긍정적이다. 이외에도 반도체 기업들의 D램 반도체 투자가 줄면서 장기적으로는 공급 둔화에 따라 D램 가격이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반도체 분야의 잠재적 경쟁자를 미리 제거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 연구원은 “이번 제재로 중국 반도체굴기의 한 축인 화웨이의 반도체 개발은 사실상 좌초될 위기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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