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로 불리는 신규 개인투자자의 유입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늘며 국내 증권사의 1·4분기 수탁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대형 악재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투자은행(IB)과 자기자본투자(PI)를 기반으로 상승세를 이어오던 다수 증권사는 실적이 급락했지만, 일부 증권사는 동학개미의 유입에 따른 수탁수수료 급증으로 시장의 우려보다는 나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른 자기자본투자 및 파생상품 운용손실 등 악재는 일회성인 데 반해 동학개미의 활동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현 상황이 중장기적으로는 증권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국내 주요 증권사 10개사의 수탁수수료 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4,000억원 이상 급증하면서 1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들의 주식과 채권매매에서 발생하는 위탁매매 비중이 가장 높은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1·4분기 649억원이었던 수탁수수료가 1,405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삼성증권(820억원→1,490억원, 81.2%)과 대신증권(371억원→631억원, 70.1%), NH투자증권(770억원→1,230억원, 59.8%), 미래에셋대우(1,020억원→1,590억원, 55.9%) 등 대다수 증권사의 수탁수수료 증가율이 50%를 웃돌았다. 상위 10개 증권사의 전체 수탁수수료는 지난해 1·4분기 5,983억원에서 이번 분기에는 9,994억원으로 6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이 수탁수수료 증가로 이어졌다. 올 1·4분기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0조5,67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조2,244억원의 주식을 각각 각각 순매수했다. 두 시장을 합쳐 무려 24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이 같은 동학개미의 활약으로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대형악재를 겪은 지난 1·4분기 주요 증권사의 실적은 최악을 면할 수 있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을 비롯한 6개 증권사가 순이익 적자로 돌아섰지만 현대차증권이 사상 최대실적을 내고 대신증권이 전 분기 대비 순이익이 늘어나는 등 수탁수수료를 기반으로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는 모습을 보인 증권사들도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2·4분기 들어 증시지수가 회복하며 지수하락에 따른 파생상품 운용손실, 자기자본 운용손실 등은 일회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은 데 반해 개인들의 증시 유입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브로커리지 부문이 다시 증권가 수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증권사 기초체력의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은 2·4분기 들어서도 이날까지 코스피에서 7조8,956억원, 코스닥에서 2조원 등 10조원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했고, 증시대기자금의 성격을 띠고 있는 투자자예탁금도 지난 15일 기준 42조2,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트레이딩 부문은 1·4분기보다는 2·4분기에 확실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2·4분기에 증권사 브로커리지 부문이 1·4분기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간다면 증권사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탁수수료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경우 목표가 상향도 잇따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8만원에서 9만원으로 높였고, 현대차증권은 NH투자증권의 목표가를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상향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