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구가 100만원으로 생필품을 소비하는 데 보통 두 달이 걸립니다. 대형마트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으니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죠.”(대형마트 관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모처럼 소비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대형마트에 드리운 그늘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여름 대형마트를 덮쳤던 2·4분기 적자 악몽이 올여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소비시장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고 있다. 발길이 끊겨 한산했던 식당에는 다시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고 편의점이나 식자재마트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한 대형마트는 여전히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됐던 4월과 분위기가 다르지 않다. 재난지원금 사용이 본격화된 지난 주말에는 오히려 전주보다 매출이 줄었다. 특히 재난지원금으로 고객 이탈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 이어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과 식자재마트로 생필품 수요까지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으로 샤넬 가방은 사도 대형마트에서는 두부 한 모도 살 수 없다”며 “소비 진작 효과는 남의 얘기”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코로나 정국의 대형마트 수난은 재난지원금 사용처 제외에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안동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일시 완화 방안마저 부결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이었지만 결국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각종 규제와 역차별로 대형마트의 침체는 계속되고 있지만 숨통이 트일 만한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신규 출점은커녕 기존 점포도 줄이는 마당에 코로나 악재까지 겹친 대형마트는 올여름도 지난해 못지않은 혹독한 시절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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