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가 21년 만에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동통신 3사 ‘패스’와 카카오(035720) ‘카카오페이 인증’ 등 민간 인증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인인증서가 떠난 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민간 인증서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블록체인과 생체인증 등 혁신 기술이 함께 성장하면서 새로운 생태계가 육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20일 본회의에 ‘공인전자서명’ 표현을 ‘전자서명’으로 통일해 공인인증서의 지위를 폐지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올린다. 해당 법안은 여야간 이견이 없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인인증서는 지난 1999년 도입 이후 인터넷 뱅킹과 주택 청약, 전자입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돼왔다. 도입 초기엔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기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발급이 복잡하고 관리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9월 정부에서 다양한 전자서명 수단을 활성화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20대 국회가 문을 닫는 마지막 순간에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선 공인인증서 폐지로 인증 시장이 성장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늘어나는 등 다양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서비스에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할 의무가 사라지면 모바일로 인증과 증명서 발급, 행정 처리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또 IT 업체들이 모바일 인증과 생체인증, 블록체인 인증 등 혁신 기술과 접목하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AMI에 따르면 전세계 모바일 기반 생체인증 시장은 지난 2015년 26억 달러(약 3조 1,000억원)에서 올해 346억 달러(약 42조 3,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선 일단 이동통신 3사의 ‘패스’와 카카오의 ‘카카오페이 인증’간 2파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패스 인증서는 올해 1월 1,020만건이 발급되면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통신 3사는 올해 발급 건수가 1,800만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패스는 이미 2,8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며 “금융기관과 커머스 대부분과 손을 잡고 있어 활용도도 높다”고 밝혔다. 통신 3사는 다음 달 중 패스 기반 모바일 운전면허증 확인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페이 인증 역시 이달 초 사용자 1,000만명, 도입기관 100곳을 돌파하며 성장 중이다.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카카오톡을 활용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카카오페이 인증을 통해 카톡에서 민간·금융기관의 전자문서, 고지서를 받을 수 있는 ‘민간·금융기관 모바일 전자고지’가 ICT(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
다만 업계에선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한 단계 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공 영역에서 전자서명으로 인정받으려면 주민등록상 명의(실지명의)를 확인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 경우 인터넷 기업 등이 운영하는 민간 인증서는 사실상 활용 가능성이 막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령을 논의할 때 보완하면 이용자 편의가 더 높아지고 인증산업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경원기자·백주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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