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출장길에 올랐던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사흘간의 중국 일정을 마치고 19일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인근 호텔로 이동한 뒤 오후 9시께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이번 출장에서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은 이 부회장은 이후 산시성 당국자들과 만나 코로나19 대응 및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민간 외교관의 역할도 수행했다.
20일부터 업무에 복귀하는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의 결과물을 토대로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후허핑 산시성 서기와 류궈중 성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후 서기는 “코로나19 방역 초기 삼성이 인애(仁愛)한 마음으로 방역물자를 지원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현재 산시성의 경제와 사회 질서가 빠르게 회복됐고 삼성을 포함한 내외자 기업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 서기는 또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 방역 노력을 실천하고 한중 관계가 더 높은 수준의 중요한 단계에 도달하도록 합의한 것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후 서기는 최근 산시성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의 뜻을 반영해 “외국인 투자기업의 생산 재개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후 서기는 “산시성은 삼성과의 협력을 심화해 나가고 산시성에서 삼성의 프로젝트를 전면적으로 지지하고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메모리반도체와 배터리·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자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산시성의 방역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산시성에서 삼성의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협력 분야를 넓히고 교류와 왕래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산시성이 새로운 시대를 맞을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화답했다.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과 산시성 당국자 면담을 마친 이 부회장은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중 기업인 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를 통해 출장을 다녀온 이 부회장은 귀국 직후 김포공항 인근에 마련된 임시 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임시 시설에 배정된 방에서 진단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했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20일부터 업무 복귀가 가능해졌다. 해외 입국자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지만 기업인 신속통로 합의에 따라 출입국한 경우에는 의무격리가 면제된다.
이 부회장은 사흘간의 짧은 중국 출장 일정을 위해 코로나19 진단검사만 3차례 받았다. 출국 전 건강상태 확인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검사를 받았고 중국 도착 직후에도 PCR 검사 등 코로나 검역 절차를 거쳤다. 17일 오후 중국에 도착한 이 부회장 일행은 각자의 호텔 객실에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했고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출장 일정을 시작했다.
한편 중국 출장을 마친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대응 방안은 물론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짜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출장 기간 시안의 현지법인에서 코로나 19에 따른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시안 공장을 찾아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최근 복합위기에 대한 절박한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중국 출장을 통해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앞으로 미국을 의식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자급자족을 추진하는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확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미국 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퀄컴·엔비디아 등 미국 고객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오스틴 공장 증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변수연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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