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서 촉발된 후원금 의혹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주거복지시설인 ‘나눔의 집’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병원치료비와 물품구입비 등이 할머니들의 사비로 지출된 것은 물론 거액의 후원금으로 마련된 부동산과 현금자산이 조계종의 노인요양사업에 사용할 것이라는 내부 고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에 나눔의 집 운영진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김대월 학예실장 등 나눔의 집 직원 7명은 보도자료를 통해 “나눔의집 측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돌보는 전문요양시설이라 광고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며 “운영진은 할머니들의 병원치료비와 물품구입비 등을 모두 할머니들 개인 비용으로 지출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후원금은 물론 후원물품도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쌀과 홍삼 등의 기부품을 외부로 반출하는 트럭에 직접 싣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나눔의 집 운영진이 그동안 모은 후원금을 향후 노인요양사업을 위해 비축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김 실장은 “법인이 막대한 후원금을 모집해 60억원이 넘는 부동산과 70억원이 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방치된다면 국민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돈은 대한불교조계종의 노인요양사업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2월 법인 이사회 녹취록에는 “후원을 많이 받고 잘 모아서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지으면 어떻겠냐”는 등의 대화가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실장 등은 지난 3월 10일 국민신문고에 ‘나눔의 집에서 후원금을 건물 증축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김 실장 등은 국민신문고 민원 등을 통해 나눔의 집에 지난해 25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들어왔지만 할머니들을 위해 쓰인 돈은 6,400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눔의 집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나눔의 집 시설장인 안신권 소장은 “법인을 위한 별도사업에 사용된 후원금은 전혀 없다”며 “역사관, 생활관 증축 등은 국도비로 모자라는 부분을 후원금에서 보탰으며 이 또한 할머니들을 위한 사업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요양원사업에 대해서도 “일부 이사의 개인 의견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경찰과 경기도는 공익제보를 토대로 나눔의 집을 상대로 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경기도는 이달 13~15일 특별지도점검을 실시한 뒤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경기 광주경찰서도 후원금 횡령혐의 등으로 나눔의 집 관계자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나눔의 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은 정의연과 함께 대표적인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로 꼽힌다. 나눔의 집에는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6명이 생활하고 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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