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공해와의 전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018년에 단순히 비닐봉지·미세플라스틱·빨대의 사용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의 도전과제들을 분석한 적이 있다. 그리고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 단지 공적 관심사 중 하나가 아니라 앞서 생각하고 준비하는 기업에는 기회가 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사업 수익성을 위협하는 요소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위기극복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이러한 도전과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기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보건정책에 의해 위축됐다. 시장정보업체 우드매켄지는 올해 유럽에서 ‘유연성 포장재’의 수요가 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에 수요가 1.5% 미만으로 하락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되고 감염을 우려해 소매점의 개인 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쇼핑을 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새 플라스틱 가격 또한 폭락하면서 선택의 유혹도 더 커졌다. 어니스트앤영(EY)의 ‘포장재 산업을 해부하다(Unwrapping the Packaging Industry)’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업계에서 사용되는 포장재의 37%는 일회용 플라스틱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안전하고 위생적인 플라스틱의 사용이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급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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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공해의 범위와 전 세계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위험은 외면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비록 일부 이해당사자들은 정부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도록 로비를 하고 있고 일부 규제가 지연됐지만, 규제 압력은 계속될 것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미 EU 전 지역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품목 사용 금지 시한을 확정했으며 발효 시점은 오는 2021년으로 예정돼 있다. 영국 정부 또한 ‘플라스틱포장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덮치자 의료산업 내에서 플라스틱은 필요했다. 거의 모든 개인보호장비(PPE)는 플라스틱 제품이며 앞치마와 장갑 같은 일부 품목들도 일회용이다. 이번 위기로 경제계가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 해결책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확실해졌다. 결단력 있는 행동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과 인프라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게 되는데, 지금은 기업들이 감축 의지를 새롭게 다지고 행동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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