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F&B가 한식 브랜드 ‘양반’을 앞세워 국·탕·찌개로 가정간편식(HMR)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죽과 김 시장에서 20년 가까이 독보적인 1위를 지켜온 동원F&B가 지난해 이 시장에서 CJ제일제당에 도전장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동원F&B가 후발주자로 CJ제일제당의 아성에 도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HMR이 곧 식품기업의 미래로 확인된 만큼 동원F&B까지 가세한 HMR시장은 불꽃 튀기는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동원F&B가 간편 파우치 형태로 선보인 HMR 제품은 ‘양반 국탕찌개’ 14종이다. 동원F&B가 냉장 HMR에 상품을 출시한 적은 있지만 진정한 HMR 인 상온 제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원F&B와 CJ, 계속되는 식탁전쟁=최근 몇 년 간 동원F&B와 CJ제일제당의 식탁전쟁은 계속됐다. 첫 발단은 죽으로, 지난해 국내 죽 시장은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었다. 1992년 출시된 양반죽은 2001년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이후 2018년 점유율 60.2%로 독보적인 1등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이 2018년 용기 죽이 아닌 파우치에 든 죽을 앞세워 죽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난해 5월에는 점유율이 동원(39.0%), CJ제일제당(38.0%)로 바짝 추격당했다. 동원F&B입장에선 국내 죽 시장 대표로서의 위상이 순간 위협받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다시 동원이 40%를 다시 회복했지만, 국내 죽시장 2018년까지 독주에서 올해 3월 기준 동원(42.0%), CJ제일제당(37.9%), 오뚜기(11.9%)로 경쟁구도 시장으로 변모했다. 조미 김 역시 두 업체의 귀추가 주목되는 시장이다. CJ제일제당이 우성(2011년)과 삼해상사(2018년)를 인수하면서 김 시장에서도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동원이 양반김으로 지난해 15.7%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CJ제일제당 역시 2018(6.0%), 지난해(8.0%)로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
죽과 김 시장에서 동원이 오랜 전통강자로 식품업계의 도전을 받았다면 이번 상온 HMR은 동원이 CJ제일제당(57.3%), 오뚜기(13.7%), 대상(6.4%) 등 경쟁구도가 이미 확실한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격이다. 업계에선 상온HMR에서 절대강자인 CJ제일제당을 겨냥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차돌육개장을 지난 7일 출시했다.
◇400억 과감한 투자…열처리 덜 해 식감 살린 HMR=동원F&B는 이번 상온HMR시장 진출을 위해 광주공장 3,000평 부지에 400억원 규모의 신규 첨단 특수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보수적인 전략으로 투자를 꺼리는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 이번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방식 대비 열처리 시간을 20% 이상 단축시켜 재료의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렸다. 시중 국·탕·찌개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열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식감이 물러지고, 육수의 색이 탁해져 맛이 텁텁해진다는 한계를 개선했다고 동원F&B는 설명했다. 대표메뉴는 차돌육개장, 통참치 김치찌개, 한우사골설렁탕 등이다.
◇너도나도 HMR=코로나는 식품업계에서 HMR 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외식기업 실적은 곤두박질 친 반면 HMR 위주의 식품기업은 1·4분기에도 전년비 실적이 오르는 등 선방했다. 호텔, 급식기업, 백화점마져도 PB(자체 브랜드)를 내세워 HMR을 강화하고 나섰다.
동원이 대표적인 HMR인 국·탕·찌개로 이 시장을 노크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동원은 국·탕·찌개 시장 진입과 동시에 ‘양반 국탕찌개’의 올해 매출액 500억 원, 2022년까지 1,000억 원 규모의 제품군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외식주력 기업도 이제는 HMR로 방향을 틀 정도로 HMR시장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코로나로 촉발된 HMR시장은 몇 안 되는 성장 시장인 게 입증되면서, 각 식품기업은 HMR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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