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안’이 3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다가 드디어 20일 통과됐다. 이 법은 정부 부처마다 규정이 달라 연구 현장의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가 연구개발 관리규정을 하나로 합친 것으로 내년부터 적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 국가 연구·개발(R&D)사업 추진에 관한 범부처 공통규범인 ‘국가연구개발혁신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내년 1월 1일까지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법은 정부 부처와 기관마다 각기 다른 R&D 법령·지침·매뉴얼을 통합하기 위해 2018년 12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특별법 형태로 발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작년 말에도 최연혜·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과기정통부가 정부 R&D에 대해 시어머니, 옥상옥 역할을 하려 한다”며 반대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과학계는 당시 “정치 쟁점과 관련이 없고 부처 간의 합의가 이뤄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현한 바 있다.
이 법은 여러 부처와 기관 등에 걸쳐 작년 10월 기준으로 총 286개의 법률과 시행령, 규정을 단일화해 연구자가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실례로 연구비 신청과 관리 등 절차를 단일화하고 행정부담을 완화하고 연구 효율에 지장을 주는 연차평가 등의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연구 윤리 확립을 위한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과총과 과기한림원은 “현장에서는 이 법이 제정되면 연구행정 부담 완화, 연구관리체계의 효율화, 연구 자율성 강화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내 대학 연구자들이 업무시간의 62.7%를 행정업무에 할애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는데 연구자의 행정부담을 줄일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자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개발을 촉진할 수 있게 됐다며 적극 환영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연구 현장에서 조속한 제정과 시행을 바라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기쁘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을 꼼꼼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회는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과 연구실안전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연구개발특구 육성 특별법 개정안에는 5개 연구개발특구(광주, 대덕, 대구, 부산, 전북)와 6개 강소특구(김해, 안산, 진주, 창원, 청주, 포항) 내 연구자 등이 신기술 실증 관련 규제로 인한 애로사항이 있을 때 모든 분야에 대해 실증특례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 등이 담겼다. 연구실안전법 개정안에는 연구실 안전관리의 전문성 향상과 연구실 안전에 특화된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한 ‘국가 전문자격제도(연구실안전관리사)’를 신설하고 첫 시험을 2022년 실시하기로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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