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첨단기술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1조4,000억달러(약 1,723조원) 규모를 투자할 예정이다. 앞서 무역전쟁의 와중에 미국의 반발로 사라졌던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사실상 부활시키는 조치로 평가된다.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날 개막해 오는 28일까지 계속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제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14·5규획, 2021~2025)의 방향을 제시, 확정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차세대 정보통신과 인공지능(AI) 등 핵심 첨단기술 분야에 총 10조위안(약 1조4,000억달러)이 투입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 완화를 위한 경기부양책의 일부이기도 한 이 계획은 화웨이·알리바바·텐센트·디지털차이나·센스타임 등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중심 역할을 한다. 기업들은 5세대(G) 통신망 구축과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공장자동화·안면인식을 지원할 AI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주도한다.
중국제조 2025는 지난해 양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무역전쟁의 와중에 미국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첨단산업을 키우고 있다며 공격한 데 대해 일단 중국이 수세적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양회의 14·5규획 구상안을 보면 사실상 중국제조 2025가 부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해 특별국채 및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을 통한 5,630억달러(약 693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날 오후3시(현지시각)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3기 3차 전체회의가 막을 올리면서 올해 양회가 본격화했다. 중국은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주요 사업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양회에 참여하는 전인대 대표들과 정협 위원들이 20일까지 대부분 베이징에 도착했으며 이동 중간에 두세 차례의 코로나19 진단(핵산)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회기와 행사들이 예년보다 대폭 축소됐고 내외신기자들의 취재도 화상 기자회견 등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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