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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20]진단키트·방역으로 뜨는 K바이오, 시대역행 규제가 발목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학기술 초격차가 답이다

<3> 만개하는 생명과학 시대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했지만 '건강보험 비인증' 부여 남발

'규제 샌드박스' DTC검사, IRB심사 통과못해 사업착수 전무

"규제혁파 없이 K방역 성과에만 집착할 땐 짧은 단꿈 될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K바이오가 세계 일류로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 범지구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가운데 봉쇄·록다운 등 극단적인 처방 없이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한 K방역이 전 세계 유일의 해법이라는 찬사도 나온다. 하지만 도처에 깔려 있는 규제를 혁파하지 못하고 성과에 취하다가는 지금의 찬사가 짧은 단꿈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K바이오의 선봉은 진단키트다. 치료제 개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올가을 이후 코로나19의 2차 유행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국산 진단키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오상헬스케어·씨젠·SD바이오센서·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랩지노믹스·진매트릭스 등 6개 국내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고 지난해 실적 이상의 주문을 받은 기업도 크게 늘었다. 씨젠은 현재까지 60여개국에 2,000만회 검사가 가능한 코로나19 진단키트 물량을 수출하는 등 올해 1·4분기 만에 지난해 매출액의 70%를 달성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이미 지난해 실적을 초과했다. 수젠텍은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6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매출액(38억4,500만원)을 뛰어넘었다. 바이오니아 역시 인도네시아·가봉·레바논 등에 진출했다.

신약과 백신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추출해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오는 7월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로 ‘GC5131A’를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혈장에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물질이 들어 있는 데 착안했다.

백신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항체를 생성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이 이곳에 360만달러(약 44억원)를 후원했다. DNA 백신 ‘GX-19’를 개발 중인 제넥신도 임상시험에 사용할 시료를 만들었다. DNA 백신은 최근 임상1상 시험에서 45명 전원 항체가 생성됐다는 모더나의 백신에 적용한 방법이다.

K방역을 바라보는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글로벌 히트상품이 됐고 방역사령관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로 선출됐다. K방역의 선봉에 섰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WHO 사무총장 진출 가능성도 거론될 정도다.



하지만 성과에 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검사 등 바이오 산업 전반에 막혀 있는 규제들은 K바이오의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우리나라가 큰 성과를 보인 것은 여러 요인이 우연히 잘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의료기술평가’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진단키트 업체들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장벽을 두 번 넘어야 했다. 식약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품목허가’ 절차가 끝난 후에도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라는 허들을 넘어야 했다.

NECA는 신의료기술에 대해 건강보험 ‘등재’ ‘비등재’ ‘비인증’ 세 가지 중 하나로 판단한다. 이 중 문제는 ‘비인증’이다. 비인증을 받으면 건강보험 코드가 부여되지 않는 유령기술이 된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2013년 복지부에서 독립한 뒤에도 복지부가 의료기기 업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의료기술평가의 ‘비인증’ 항목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만드는 업체 대표는 “이번 진단키트 역시 코로나19 같은 특수 상황이 아니었으면 신의료기술평가에만 3~4년이 걸렸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2018년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선포한 뒤에도 이 ‘비인증’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특례를 통과한 DTC 검사도 마찬가지다. 규제 샌드박스 사업으로 선정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실제 사업에 들어간 곳은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테라젠이텍스는 비만과 영양관리 관련 실증특례 유전자검사 허용항목 24개를 신청했지만 실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를 통과한 항목은 6개에 그쳤고, 타 업체들도 질병 등 정작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검사는 제외한 채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전자와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는데 IRB 심사에서 상관관계에 대한 근거자료를 요구해 되돌이표만 이어지고 있다”며 “이럴 거면 규제 샌드박스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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