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연기했던 공채를 속속 재개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되는 등 상황이 공채를 진행 가능한 수준으로 나아졌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 공채가 지난 1·4분기 제로 상태였던만큼 금융사 내부적으로도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분위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면접 전형을 진행했다. 지난 2월 필기시험을 치른 지 3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단계라 지원자 몰림을 최대한 분산해 진행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면접을 지역별로 다른 날짜에 진행하고 지원자들의 면접 동선이 겹치지 하는 식이다. 지원자가 많은 서울의 경우 13일과 14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총 4차례 면접 전형을 진행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 2월 필기시험 직후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면접을 잠정 미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상반기 채용은 하반기 공채와 한꺼번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간 두 은행이 상·하반기에 각각 채용을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올해 상반기 공채를 건너뛰고 하반기 채용인원을 평년보다 늘려 선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통상 상반기 공채 없이 하반기에 신입 행원을 뽑아왔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에도 은행들은 디지털 분야 전문 인력을 수시로 채용해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자 관련 인력 충원에 나선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디지털 부문 신입행원을 선발한다는 공고를 냈다. 신한은행 역시 최근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기업금융 분야 채용 공고를 내고 수시로 관련 인력을 채용 중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IT·투자은행(IB)·자금 등의 부문에서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자금·신탁, 기업금융·IB 분야에서 대학생 인턴을 모집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은행들이 수시 채용을 통해 디지털 인원을 보강하고 있다”며 “공채로 선발하기에는 인원 몰림 등의 문제로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어 필요 인력만 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언택트 취업박람회를 여는 금융사도 있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12일까지 KB국민은행의 일자리 정보제공 플랫폼인 KB굿잡 사이트에서 ‘2020 KB굿잡 우수기업 온라인 취업박람회’를 개최한다. 이는 중소기업의 구인난 해소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민은행의 대표적인 일자리 연결 프로젝트다. 출범 이후 총 16회의 현장 취업박람회를 열었는데 올해의 경우 정부 주도의 생활속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다.
카드사 가운데 채용에 나선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채용 연계형 인턴인 ‘2020 서머 인턴십’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비대면 테스트인 인공지능(AI) 기반 온라인 시험을 마쳤다. 다음달 1·2차 면접 진행을 앞두고 있다. 서머인터십은 7월부터 1개월 간 진행된다. 인턴 과정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된다. 다른 카드사들은 공채가 아닌 경력직 수시채용을 활용해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하반기 공채를 고려 중이다.
별도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 핀테크 역시 코로나19에도 적극적으로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의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 출범을 앞두고 있어 관련 인재를 꾸준히 선발 중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1차 면접은 언택트에 친화적인 핀테크의 강점을 활용해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자산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 역시 지난2월부터 화상면접 등을 통해 엔지니어 직군을 선발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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