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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코로나가 바꾼 '윤달 풍속도'

텅 비었던 결혼식장 북적

대목 잡던 이사업계는 한산

묘 옮기는 이장·개장 수요는 여전





23일에 시작되는 윤달이 다음달 20일까지 이어진다. 과거부터 윤달은 ‘손(악귀) 없는 날’이라고 해서 이때 개장(改葬)하거나 수의를 맞춰놓는가 하면 이사를 하기도 했다. 젊은 층일수록 이런 윤달 풍습을 따르지 않지만 여전히 ‘윤달특수’는 사회 곳곳에서 힘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딱 지난해까지만이다. 올해 초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예상했던 ‘윤달특수’는 사라지고 뜻하지 않은 새로운 ‘특수’가 생겨나는 등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전통적 ‘윤달특수’마저 ‘감염’시킨 것처럼 보인다.

이사가 대표적이다. 개학과 전월세 기간에 맞추다 보니 굳이 윤달에 이사하려는 풍습이 많이 사라진데다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을 꺼리면서 이삿짐 업체 직원들의 출입이 찜찜해 이사를 늦추는 바람에 윤달 이사특수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과거 같으면 윤달에 이사하려면 이사비를 올려줘야 했지만 올해는 ‘이사비를 깎아주겠다’는 곳이 넘쳐난다. 업체 간 과당경쟁도 한몫했지만 “윤달이 시작되는 5월부터 일감이 뚝 끊겼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이사화물주선사업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인테리어 업체들도 풀이 죽었다.



반대로 윤달에는 결혼날짜를 잡지 않지만 올해는 윤달인 5월에도 결혼식이 늘었다. 코로나19로 3~4월에 예정됐던 결혼식을 미룬 수요와 가을철 다시 한번 닥칠 수 있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걱정해 9~10월 결혼을 5월 윤달이 시작되기 전에 하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통상 윤달이 낀 달에는 결혼식장이 텅텅 비어야 하지만 코로나19가 이 같은 공식을 바꿔버린 것이다.

그나마 조상의 묘를 옮기거나 다시 쓰는 개장 수요는 여전하다. 코로나19도 개장 수요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전국 48개 화장시설에서 윤달을 맞아 개장유골 화장 예약을 온라인으로 접수한 결과 지난 20일 윤달 한 달간의 예약이 삽시간에 차버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윤달 기간 개장유골 화장 예약이 증가해 화장 횟수도 하루 평균 최대 6회에서 8회로 늘렸다”고 말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는 “윤달이 되면 봉안시설과 자연장지에 사람이 붐빈다”며 “코로나19도 개장업체들의 윤달특수는 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윤달 한 달간 개장유골 화장 건수는 2014년 윤달(10월24일~11월21일)과 2017년 윤달(6월24일~7월22일) 때처럼 3만~3만5,000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달에는 궂은일을 해도 탈이 없다’는 이유로 수의를 미리 맞춰놓으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탓인지 직접구매보다 비대면인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수의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생겨났다. 실제 수의업체인 화이트로드가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와디즈에서 수의구매 펀딩을 시작한 결과 목표금액의 657%나 달성했다. 과거에는 비싼 수의에 집착했지만 요즘은 합리적인 가격의 수의를 구매하려는 수요와 직접 가게를 방문해 수의를 장만하기보다 비대면으로 사려는 수요가 맞물려 크라우드펀딩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애견수의를 맞추는 수요도 생겨나고 있다. /양종곤·이재명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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