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특별 라디오 프로그램 DJ로 나선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사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라디오 특별 방송 DJ로 나섰다. 하루키는 자신의 서재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을 통해 현 상황에 위로가 될 만한 음악을 소개해 틀어주는가 하면 청취자들로부터 받은 질문에 답변하며 2시간 동안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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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로 변한 하루키 서재‥소장 음반서 선곡
하루키는 지난 22일 밤 10시 도쿄(TOKYO) FM 등 일본 전국의 38개 라디오 채널로 송출된 특별 프로그램 ‘무라카미 라디오-스테이 홈 스페셜 밝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한 음악’을 진행했다. 무라카미 라디오는 하루키가 지난 2018년 8월부터 두 달에 한번 꼴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매회 테마를 정해 자신이 즐겨 듣는 음악 중 주제에 맞는 곡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지난 4월 말 14회 방송이 송출됐고, 15회는 내달 말 방송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공포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외출 자제 속에 무료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하자는 취지에 하루키가 공감하며 이번 특별 방송이 편성됐다.
무라카미 라디오 특별 방송의 첫 곡인 ‘모던 코프 콰르텟’의 ‘룩 포 더 실버 라이닝’이 수록된 앨범/사진=아마존
이날 첫 곡은 모던 포크 콰르텟의 ‘룩 포 더 실버 라이닝(LOOK FOR THE SILVER LINING)’이었다. 하루키는 “영어에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즉 ‘어떤 구름이라도 뒤쪽은 은빛으로 빛난다’는 말이 있다”며 “아무리 힘든 상황 속에도 반드시 밝은 이면이 있으니 내일을 믿자는 긍정적인 노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도 은색 안감을 찾아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2001년 미국 9·11 테러 직후에 낸 앨범(The Rising)에 수록된 ‘웨이팅 온 서니 데이(Waiting On A Sunny Day)’, 하루키 자신이 우울할 때 자주 듣는다는 ‘비에 젖어도(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Samson et Dalila)’에서 델릴라의 아리아인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Mon coeur s’ouvre a ta voix)’ 등 희망과 사랑을 주제로 한 음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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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쟁' 비유 정치인 표현 옳지 않아"
음악을 소개하거나 청취자로부터 받은 질문에 답하며 코로나19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하루키는 페기 리의 ‘우린 다신 만날 거야(We’ll Meet Again)’에 대해 “1940년대 전쟁터로 가는 애인을 떠나 보내는 노래”라고 설명하면서 코로나와의 싸움을 전쟁에 비유하는 정치인들의 표현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선과 악, 적과 아군의 대립, 서로 죽이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서로 살리기 위한 지혜의 싸움”이라며 “적의와 증오는 여기서 불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라카미 라디오’는 2018년부터 2개월에 한번 꼴로 정규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하루키가 디렉터로서 매회 주제를 정해 그에 맞는 음악을 선곡해 들려준다. /사진=무라카미 라디오 공식 홈페이지
코로나19가 향후 자신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 옴 진리교 사건이나 한신 대지진 이후 그에 관련된 작품을 발표해 왔는데, 이번에도 무엇인가를 써달라’는 청취자의 요청에 “뭔가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소설가에게는 몇 가지 대처 방법이 있는데 나는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이야기로 바꾸어 가는 것에 오히려 흥미를 느낀다”며 “코로나가 앞으로 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의 공기를 마시고 내뱉고 있는 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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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내일을 위해, 건배"
이날 방송은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시를 쓰는 것에 대해 한 말로 마무리했다. ‘십대 시절, 나는 내가 쓴 시를 학교 잡지에 게재시키고 싶다는 열렬한 욕망에 휩싸였다. 내 나름대로 깊은 의미를 가진 시를 썼는데, 보기 좋게 누락됐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더 이상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고 나 혼자 힘으로 나아가려고 결심했다.’ 하루키는 이 말을 읊은 뒤 “권위를 맹신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을 확실히 관철하는 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라며 “여러분도 코로나에 지지 않도록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뜨겁게 추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나는 지금부터 와인을 마실 것이다. ‘밝은 내일’을 위해 건배”라는 말로 방송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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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키는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의 저서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두고 있는 일본의 대표 작가다. 그는 “역사는 아무리 구멍을 파고 감추려고 해도 나올 때가 되면 나온다”며 일본의 과거사 인정과 사죄를 촉구하는 등 소신 발언을 이어오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출간한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군이 항복한 병사와 시민을 죽인 내용을 넣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자신의 부친이 1938년 징병돼 중국에 배치됐고, 해당 부대가 중국에서 포로를 참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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