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도쿄 주식 시장에서 닛케이 평균 주가가 장 시작과 함께 급락하며 3만 엔대까지 밀리며 3만1000 아래로 떨어졌다. 3만1000 붕괴 약 1년 반만이다. 미국발 고율 관세가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매도세가 몰렸다.
닛케이225 평균지수(이하 닛케이지수)는 이날 한때 전 거래일(3만3780.58엔) 대비 8% 이상 빠지며 3만792.74엔까지 내려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 관세에 맞서 중국 정부가 4일 저녁 34%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했다는 위기감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국들의 관세 보복이 세계 경제의 급격한 감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계감이 주말 사이 확산했고, 시장 심리가 대폭 악화한 가운데 이날 장이 시작되자 주식 매도세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대형주 중심 프라임 종목들 약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은 90% 이상의 종목이 하락하며 전면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대형주들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도쿄일렉트론이 한때13% 빠졌고, 도요타자동차도 7% 하락했다.
앞서 닛케이 평균은 지난주 한 주 동안 3000엔 이상(9%) 떨어졌다. 미국 뉴욕증시도 지난 4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5.50% 급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5.97%나 빠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5.82%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각국의 보복 관세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면서, 세계 기업 실적에 대한 대폭적인 하방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는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닛케이 평균 선물을 거래하는 오사카 거래소는 이날 오전 TOPIX 선물과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250 선물 등 총 5개 지수에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크’를 발동했다. 지난 주말부터의 하락률이 제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오사카선물거래소의 서킷브레이크 발동은 202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최악 땐 2만7000엔까지 떨어진다?
관세를 둘러싼 경기 불안과 기업들의 이익 감소가 현실화할 경우 닛케이지수가 2만7000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오니시 코헤이 수석투자전략 연구원이 닛케이지수를 구성하는 225개사의 주가수익률(PER)를 바탕으로 닛케이지수를 1개의 종목으로 가정하고 PER이 10년 평균(1.45배)인 경우, 관세의 영향을 일부만 받는 경우(13.5배), 경기 후퇴기 수준인 경우(12.5배)로 나누고, 이를 2025회계연도 이익 증가율(-10%, -5%, 0%, 5%)별로 분석한 결과 최악의 시나리오(PER 12.5배, 감익 10%)에서 닛케이 지수가 2만7100엔대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나왔다.
일본 증시 관계자들은 “거시 경제 상황을 토대로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하향 수정이 이번 주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며 “세계 경기 향방에 따라서는 10% 감익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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