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적 경제 전망으로 ‘닥터 둠(Dr. Doom)’이라고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사진)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 전망에 대해 “많은 아시아 국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양대 슈퍼파워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간극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벌어질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탈(脫)중국을 목표로 친미(親美) 국가들로 구성된 ‘경제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눈길을 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세계 나머지 국가들을 향해 우리와 함께하든지 우리의 반대편에 서라고 말할 것”이라면서 “각국은 인공지능(AI) 시스템이나 5세대(5G), 로봇 기술 등에서 미중 가운데 어느 쪽의 기술을 사용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계는 더욱 분열될 것이라고 루비니 교수는 예측했다.
루비니 교수는 또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경기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경기가 침체할 때까지 3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석 달도 아니고 3주 만에 모든 분야가 수직 낙하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먼저 예측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부터 회복하더라도 활기가 없을 것이며 일부 일자리는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점 영업을 재개할 수 있지만 문제는 영업이 과거처럼 돌아오겠느냐는 것”이라면서 “중국에서 재개장한 쇼핑센터는 여전히 비어 있고 비행기도 절반이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 가게들은 문을 열었지만 누가 가서 쇼핑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다만 “아시아 이머징국가들이 다른 선진국보다는 더 나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자신의 별명 ‘닥터 둠’에 대해 ‘닥터 리얼리스트(현실주의자)’라고 불리기를 원한다면서 “나는 사실 월가보다 훨씬 낙관적으로 전망해왔다”고 말했다. 일례로 그는 “모든 사람이 2015년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고 말할 때 나는 그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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