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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미래 탐색·규제 철폐·기술선도…'R&D 팀플레이'가 초격차 열쇠 [서울포럼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학기술 초격차가 답이다

<4>기초과학 강국의 조건

국가 R&D예산 늘지만…성과내려면 시장이 방향 설정

5G·자율차 등 성장산업, 산학연 유기적 협업에 달려

AI 인력 부족률 60%…인재육성 시스템 구축도 시급





지난해 5월 서울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9’ 라운드테이블에서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페레츠 라비 총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인공지능(AI)의 기반 알고리즘인 딥러닝(심층신경망기술)의 요람이자 자율주행차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캐나다 ‘메이플밸리’. 이 성공 사례는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전략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캐나다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 주도로 AI에 대한 R&D 투자를 이어갔고, 그 결과 2006년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가 딥러닝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는 등 성과도 냈다. 2017년에는 범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수립해 몬트리올과 토론토·앨버타 등에 AI연구소를 설립하고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해 데이터 수집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했다. 인재 유치를 위한 별도의 취업비자 간소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미래 산업 기술의 방향을 꿰뚫어보고 기술 개발에 필요한 인재 수혈, 상업화 기술을 위한 규제 완화, 산학연의 유기적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 기업과 인력 유입으로 이어졌다. 구글(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자회사 사이드워크랩스가 토론토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해 자율주행택시를 운영하며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고, 우버는 토론토에 위치한 자사 연구소에 2억캐나다달러(약 1,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기업과 학계·연구기관이 따로 노는 방식으로는 연구개발의 성과를 더는 기대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연구개발의 기획 단계부터 기업과 학계·연구기관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연구 및 중간점검을 같이하는 전 주기 협업 연구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독 플레이 시대’ 끝나…유기적 협업 절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유기적인 R&D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AI와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성장 산업은 전략적인 투자 분야 설정, 대규모 투자 연계, 단계별 전문화된 세부연구 등이 필수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탐색, 정부는 규제·세제·인재육성 등의 지원 정책, 학계는 사업화로 접목 가능한 기술을 선도할 R&D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유기적 연결이 없으면 새로운 산업에서 먹거리를 창출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과거만 해도 기업은 대형 장치 산업에서 약간의 개선을 추구하고, 학계는 점수 따기 논문에만 집착하고, 정부는 정책의 틀 안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움직여도 선두권에 오를 수 있었지만 이제 이런 시대는 끝났다”며 “자율주행만 해도 학계·기업·정부가 하나의 목표로 혼연일체가 되지 않으면 초격차를 만들 수 없다”고 꼬집었다.



주력산업 중 경쟁력이 그나마 제일 낫다는 반도체만 해도 그렇다. 메모리는 최고라지만 비메모리 분야는 반도체 강국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생태계가 빈약하다. 가령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이 1%(지난해 기준, IC인사이츠)도 안 된다. 반면 중소 부품업체가 탄탄한 대만 점유율은 17%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의 팹리스 TSMC를 미국에 유치하기 위해 그렇게 공을 들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비메모리는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생태계가 없으면 한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전략적 육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성 갖춘 기술·전문인력 육성 나서야

올해 국가 R&D 예산은 전년보다 18% 증가한 24조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부처별로 나뉘어 사업을 선정하고 예산을 뿌려주는 지금 같은 톱다운 방식의 기술사업화가 시장의 수요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신기술 확보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평가다. ‘포노 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혁신기술 여부는 구현기술의 난이도가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느냐가 결정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 변화가 더 빨라지는 만큼 R&D도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위한 방법론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재 육성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위구연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다니엘 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등을 영입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김영한 UCSD 교수), LG전자(조셉 림 USC 교수), 네이버(성 킴 홍콩과기대 교수), 넷마블(이준영 IBM왓슨연구소) 등 기업들이 해외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국내 관련 인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한국에 부족한 AI 인력은 9,986명, 이 중 석·박사급 인력은 7,268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AI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AI 인력 부족률은 60.6%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로 종료되는 ‘제3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에 이어 내년부터 5년간 시행되는 ‘제4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에 산업 변화에 따른 관련 인재 육성에 대한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4차 기본계획 기획총괄위원장을 맡은 오명숙 홍익대 교수는 “바뀐 산업 수요에 맞게 대학과 대학원에서 좀 더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인재 육성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사록·김창영·이재명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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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부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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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4 09:33:12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