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1·4분기 글로벌 사업 부문 당기순이익은 8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6%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1,133억원으로 무려 117.9% 뛰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주춤한 것과 달리 이들 두 곳이 해외영업에 적극 나선 결과다.
양 그룹이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것도 글로벌 사업 부문의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신한금융은 일찌감치 베트남에 교두보를 쌓아 베트남 외국계 은행 중 업권 1위를 달리고 있다. 신한은행의 해외점포별 손익비중을 보면 신한베트남은행이 34%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SBJ은행이 22%,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가 13%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가 1·4분기 충당금 적립전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68%(337억원) 늘려 순익 향상을 이끌었다. 특히 옛 외환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흡수하며 주요 지역마다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문제는 자산규모다. 신한과 하나의 해외 자산규모는 전체 자산의 10%가량에 불과하다. 수익을 불리기 위해 자산 자체를 늘리자면 인력이 필요하고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이미 1,000개를 돌파했다. 이 중 74%(772개)가 신남방에 쏠려 있다. 실효성 있는 성과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데 ‘돈’이 된다 하니 너도나도 신남방에 진출해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결국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해외 진출마저 답보상태에 빠질 경우 그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상호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해 글로벌 금융사들과 경쟁하겠다는 인식을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양측은 △글로벌 사업 전반의 공동 영업기회 발굴 및 추진 △각국 규제와 이슈 사항에 대한 공동 대응 △공동 신규 해외시장 진출, 해외 공동 투자, 해외 네트워크 조성 △기타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부문에서의 교류와 협력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협약식에서 조 회장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고, 김 회장도 “단순한 선의의 경쟁관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양측의 제휴는 금융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끼리 해외에서 경쟁하는 구도를 지양하고, 판을 키우면 현지 금융사 인수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며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강세인 일본 3대 메가뱅크(미쓰비시UFJ·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에 맞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봤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강화와 언택트가 강화되면서 국내 지점의 축소가 불가피한 시점”이라며 “이미 일상화된 은행과 증권의 복합점포처럼 신한과 하나 복합점포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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