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오니까 좋아요! 친구들 만날 생각에 설레요.”
올해 첫 개학을 맞은 초등학교 앞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친구에게 “같이 가자”며 뛰어가기도, 첫 등교를 하는 날 아침에 일찍 깨워주지 않은 아빠를 원망하며 슬퍼하기도 했다. 신이 난 아이들과는 반대로 학부모와 학교 앞을 지나는 운전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다.
지난 20일 고등학교 3학년 개학을 시작으로 코로나19로 연기됐던 개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7일부터는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이 2차 개학을 실시해 237만명의 학생이 처음으로 등교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초등학생들의 등교가 이뤄져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초등학교 앞은 등교하는 아이들과 이를 돕는 학부모로 북새통을 이뤘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안내에 따라 일렬로 줄을 서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사용을 안내받았다. 학부모들은 긴장감 속에 학교 앞을 떠나지 못하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교사와 학생이 계속 발생하면서 학교 내 감염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장충초등학교에 아이를 등교시킨 A씨는 “손장난, 몸 장난하지 말고 마스크 꼭 끼라고 했는데도 걱정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서초구 이수초등학교의 강효경(46) 녹색어머니회장도 아이를 보낸 후 “긴장된다”며 “차라리 등교를 하지 않고 9월 학기제를 시행하는 게 어땠을까 싶다”고 밝혔다.
반면 지금 개학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학부모들의 의견도 있었다. 서울 성북구 대광초등학교 녹색 어머니로 일하는 박모(43)씨는 “학교가 계속 문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선생님들이 교실 하나하나 소독하고 방역하는 것을 보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날은 2차 개학과 맞물려 ‘민식이법’이 현장에 본격 적용된 첫날이다. 아이를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차량은 제한속도를 준수하는 등 교통신호 위반이나 과속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등교 시간 이곳저곳에 차량 통행 제한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학교 앞을 오가는 차량도 적었다. 장충초로 단속 나온 서울 약수지구대의 한 경위는 “오랜만의 등교여서 제한구역으로 가려는 차량이 더러 있었지만 다들 안내에 잘 순응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이수초등학교 학부모 박모(40)씨는 “이수초 앞은 과속과 불법주정차가 매우 심했는데 안내판과 폐쇄회로(CC)TV 같은 게 생겨 확실히 안심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법주정차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부터 서울 전체 초등학교(605곳)의 80%에 달하는 480곳에 등하굣길 전담 경찰관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담 경찰관이 없는 일부 학교에서는 불법주정차가 반복됐다. ‘민식이법’의 계기가 된 사고의 원인이 불법주정차 차량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날 서울 대광초 앞은 학부모 차량과 일반 차량들이 불법주정차 돼 있었지만 단속하는 경찰들은 보이지 않았다. 노인복지관에서 교통관리 지원을 나온 한 70대 노인은 “잠깐씩 아이들을 데려다주느라 차를 세워두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차마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불법주정차를 하고 있던 용달차 주인 B씨는 “업무 콜을 기다리느라 잠시 세워둔 것”이라며 “스쿨존에 차를 세워두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대광초 정문 앞은 1차선 도로 한쪽에 스쿨버스가 줄줄이 정차해 있었는데 학부모 차에서 내린 아이들이 차량 사이사이로 지나가며 불안감을 높였다. 이에 서울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스쿨버스도 다른 차량과 마찬가지로 학교 앞에 정차하면 안 된다”면서 “학교 측에 이야기를 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심기문·김태영·한민구기자 do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