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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신났지만 부모는 노심초사…설렘과 걱정 뒤섞인 등굣길

27일부터 초등 1~2학년생 등교수업 시작

자녀 들여보내고도 교문 앞 못 떠나는 엄마

오랜만에 친구 볼 생각에 아이들은 웃음꽃

등교수업 둘러싸고 학부모들 찬반 엇갈려

스쿨존 사고 처벌 강화한 ‘민식이법’ 적용

속도위반은 줄었지만 불법주정차는 여전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들의 등교 수업이 시작된 27일 서울 성북구 월곡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성형주기자




“학교 오니까 좋아요! 친구들 만날 생각에 설레요.”

올해 첫 개학을 맞은 초등학교 앞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친구에게 “같이 가자”며 뛰어가기도, 첫 등교를 하는 날 아침에 일찍 깨워주지 않은 아빠를 원망하며 슬퍼하기도 했다. 신이 난 아이들과는 반대로 학부모와 학교 앞을 지나는 운전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다.

지난 20일 고등학교 3학년 개학을 시작으로 코로나19로 연기됐던 개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7일부터는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이 2차 개학을 실시해 237만명의 학생이 처음으로 등교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초등학생들의 등교가 이뤄져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초등학교 앞은 등교하는 아이들과 이를 돕는 학부모로 북새통을 이뤘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안내에 따라 일렬로 줄을 서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사용을 안내받았다. 학부모들은 긴장감 속에 학교 앞을 떠나지 못하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교사와 학생이 계속 발생하면서 학교 내 감염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장충초등학교에 아이를 등교시킨 A씨는 “손장난, 몸 장난하지 말고 마스크 꼭 끼라고 했는데도 걱정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서초구 이수초등학교의 강효경(46) 녹색어머니회장도 아이를 보낸 후 “긴장된다”며 “차라리 등교를 하지 않고 9월 학기제를 시행하는 게 어땠을까 싶다”고 밝혔다.

2차 개학이 이뤄진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대광초등학교에서 등교한 학생들이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줄 지어 서있다. 정문 밖에는 기다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심기문기자


반면 지금 개학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학부모들의 의견도 있었다. 서울 성북구 대광초등학교 녹색 어머니로 일하는 박모(43)씨는 “학교가 계속 문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선생님들이 교실 하나하나 소독하고 방역하는 것을 보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날은 2차 개학과 맞물려 ‘민식이법’이 현장에 본격 적용된 첫날이다. 아이를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차량은 제한속도를 준수하는 등 교통신호 위반이나 과속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등교 시간 이곳저곳에 차량 통행 제한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학교 앞을 오가는 차량도 적었다. 장충초로 단속 나온 서울 약수지구대의 한 경위는 “오랜만의 등교여서 제한구역으로 가려는 차량이 더러 있었지만 다들 안내에 잘 순응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이수초등학교 학부모 박모(40)씨는 “이수초 앞은 과속과 불법주정차가 매우 심했는데 안내판과 폐쇄회로(CC)TV 같은 게 생겨 확실히 안심된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1~2학년 개학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초등학교 정문 앞에 어린이보호구역 차량통행제한을 안내하는 입간판이 서 있다./한민구기자


하지만 불법주정차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부터 서울 전체 초등학교(605곳)의 80%에 달하는 480곳에 등하굣길 전담 경찰관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담 경찰관이 없는 일부 학교에서는 불법주정차가 반복됐다. ‘민식이법’의 계기가 된 사고의 원인이 불법주정차 차량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날 서울 대광초 앞은 학부모 차량과 일반 차량들이 불법주정차 돼 있었지만 단속하는 경찰들은 보이지 않았다. 노인복지관에서 교통관리 지원을 나온 한 70대 노인은 “잠깐씩 아이들을 데려다주느라 차를 세워두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차마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불법주정차를 하고 있던 용달차 주인 B씨는 “업무 콜을 기다리느라 잠시 세워둔 것”이라며 “스쿨존에 차를 세워두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2학년 개학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대광초등학교 앞에 불법주정차 된 차량들이 서 있다./심기문기자


특히 대광초 정문 앞은 1차선 도로 한쪽에 스쿨버스가 줄줄이 정차해 있었는데 학부모 차에서 내린 아이들이 차량 사이사이로 지나가며 불안감을 높였다. 이에 서울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스쿨버스도 다른 차량과 마찬가지로 학교 앞에 정차하면 안 된다”면서 “학교 측에 이야기를 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심기문·김태영·한민구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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