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국내로 가장 많이 가져오는 해운회사는 어디일까.
정답은 SM상선이다. 이 회사는 올 1·4분기 미국 롱비치(LA)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오렌지 수송량 1위를 달성했다. 이 구간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오렌지의 절반이 넘는 51%를 SM상선의 배들이 운반했다. SM상선은 미국 서안 전체~한국 구간 오렌지 수송량에서도 점유율 24%로 1위에 올랐다.
SM상선이 미국산 오렌지 운송의 명가로 자리잡은 비결은 바로 냉동(냉장) 컨테이너 운용 능력이다. 이역만리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렌지를 들여올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신선도 유지다. 미국에서 실을 때 멀쩡해도 한국에 도착했을 때 상해있다면 그냥 쓰레기가 될 뿐이다. 이에 따라 오렌지 운송에는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동 컨테이너가 필수다. SM상선은 냉동 컨테이너로 ‘귀하신 몸’ 오렌지의 신선도를 사수한다.
SM상선의 또다른 경쟁력은 극저온 냉동 컨테이너인 ‘울트라 프리저(Ultra Freezer)’다. 통상 일반 냉동 컨테이너는 영하 30~40도 수준으로 온도를 유지하지만,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는 영하 60도를 유지해 훨씬 더 신선도를 높일 수 있다.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는 냉동 실력이 뛰어난 만큼 값도 비싸다.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의 제작단가는 일반 냉동 컨테이너에 비해 10배가량 높다. 장비 가격이 비싸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만큼 운송비용도 만만치 않다. 운송비용이 통상 일반 드라이 컨테이너 운송비의 10배, 일반 냉동 컨테이너 운송비의 5배에 달한다.
SM상선 관계자는 “지난 2017년 한진해운에서 사용하던 울트라 프리저 중 20대를 매입해 투입하고 있다”며 “장비뿐 아니라 특수 컨테이너를 운용할 수 있는 인력·노하우까지 이어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SM상선 출범 이후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 서비스는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해왔다”고 덧붙였다.
SM상선은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를 활용해 참치, 구슬아이스크림 등 극저온 관리가 필요한 화물도 다루고 있다. 참치 같은 경우 몸집이 크기 때문에 일반 생선보다 훨씬 더 낮은 온도로 운송해야 전체적인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한 마리당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가 화물이기 때문에 취급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것이다. SM상선은 이외에도 미국 롱비치, 베트남 호치민 등으로 광어·우럭 등 활어도 운송하고 있다.
박기훈 SM상선 대표는 “핵심 먹거리인 오렌지의 경우 출하 시즌에 앞서 미리 냉동컨테이너를 현지에 조달했을 뿐만 아니라 현지 농장의 작업 상황에 맞춰 화물의 터미널 반·출입 시간을 적절하게 지원하는 등 ‘화주 맞춤형 서비스’ 전략을 펴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감소 등 외부 악재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화물을 적극 유치해 수익성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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