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분기 3,619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LG디스플레이(034220)에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개인 소비자를 겨냥한 태블릿PC와 노트북 모니터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수요가 급증하며 LCD 패널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연초에 세운 ‘LCD 사업의 효율화’를 탄탄하게 달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7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LG디스플레이에 아이패드용 LCD 패널 공급량을 추가 발주하며 빠른 납기를 요청했다. LG디스플레이는 ‘빅 고객사’의 긴급 콜에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은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애플은 코로나19로 일반 소비자(B2C)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2·4분기 주문 물량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방역에 상대적으로 성공적이었던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원격교육과 재택근무가 확산하며 아이패드 신제품 수요가 급증하자 추가 발주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업계는 원재료 확보와 제품 가공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 3개월 전에 주문해야 정상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애플의 요청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의 오랜 고객사인 애플은 자사 납품을 위한 라인을 따로 만들어달라고 할 정도로 목소리가 센 ‘큰손’”이라며 “중국 BOE나 일본의 샤프 등도 애플 아이패드 패널의 주요 공급업체이기 때문에 (애플의) 요청에 빠르게 응답하는 것이 LG디스플레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포스트 코로나’ 트렌드에 선제 대응하면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로 고전하던 LCD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게임용 노트북이나 아이패드용 패널처럼 고부가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고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는 모바일과 TV 패널을 중심으로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는 “TV용·LCD 패널 생산라인을 정보기술(IT)용으로 전환하고 국내 TV·LCD 패널 생산은 올해 말까지 대부분 정리하겠다”며 LCD 구조 혁신의 신호탄을 쏜 상태다. 정 대표는 또 파주 공장을 IT기기를 겨냥한 고도화 제품의 생산기지로 삼아 고부가가치 창출에 나서겠다는 세부적인 로드맵도 언급하며 의지를 보였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12의 6.1인치 패널 공급 업체로도 선정됐다. 지난해 아이폰11로 애플 스마트폰 OLED 납품을 시작한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연이은 호재다. 그간 애플은 스마트폰 OLED 분야에서 삼성디스플레이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화웨이도 고객사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고객사에 대한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LCD 경쟁우위 중심으로 사업성의 구조를 혁신하려는 움직임은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4분기 매출을 보면 TV용 패널(31%)과 모바일용 패널(32%)이 전체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니터용 패널 17%, 노트북용 패널 12%, 태블릿용 패널은 8%를 차지하고 있다./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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