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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20]신속한 규제혁파·노동시장 유연화 없인 '초격차' 없다

■포스트 코로나 국가생존전략: 과학기술 초격차가 답이다

<5회·끝>규제를 풀어라

코로나로 단순노동자 줄고 언택트·뉴노멀시대 오는데

전통산업 중심 노동계 목소리만 반영해선 경쟁 뒤처져

부처간 얽혀있는 규제 실타래 풀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KOTRA가 최근 발표한 ‘2019 외국인투자기업 경영환경 애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환경 과제 1순위로 노무환경을 꼽은 응답(24.1%)이 가장 많았다. 강성노조뿐 아니라 현(現) 정부 들어 규제 일변도로 흘러가는 노동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아진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라며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아 있던 외국계 기업도 고충을 호소하고 있는데 강화되는 노동규제로 국내 기업이 돌아올 리 만무한데도 말이다.

더욱이 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비대면(언택트)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근로 노동자의 수요가 떨어지는 언택트 ‘뉴노멀’이 도래한 상황에서 자동차 등 전통산업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는 노동계의 목소리만 반영해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로 노동현장에서 이탈되는 국민들을 위해 사회안전망 역시 강화돼야 하겠지만 당장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 등 유연근로시간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노동·노사관계 부문 경영발전자문위원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산업환경 속에서 기업과 고용을 살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노동시장과 협력적 노사관계를 확립하는 ‘노동시장 리뉴얼’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생존전략 중 하나인 과학기술 초격차를 위해서는 규제 해소가 필수적이다. 당장 노동규제 완화를 필요로 하는 곳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검역키트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 연구개발(R&D) 회사다. 특히 진단키트 업체의 경우 해외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면서 생산량이 폭증하고 있는데 주 52시간 근로제가 본격 도입되면 주문량을 맞추기 힘들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가 주문량을 맞추려고 2~3교대에 주말도 없이 일하는데 현실적으로 주 52시간 근무가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동헌 고려대 교수는 “대면업무가 활성화되면서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가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이 이를 탄력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도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규제를 포함한 규제 완화 프로세스의 전반적인 검토도 필수다. 드론 산업의 사례를 보자. “섣불리 드론 사업 나섰다가는 범법자 되기 십상입니다.” 2016년 드론 규제를 대폭 풀어 드론이 택배를 운송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발표된 지 4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드론 산업의 높은 진입장벽과 규제에 시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드론은 항공안전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12개 법령 이상에서 수십 가지의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드론 대여 사업을 하려면 필요한 최소 자본금은 3,000만원부터이고, 자금을 마련했더라도 350만원을 들여 6개월 동안 이수받아야 하는 산업용 자격증도 따내야 한다. 이 관문까지 통과하더라도 수도권에는 경기도 화성 정도를 제외하면 비행이 상시 가능한 지역이 없어 시험운행을 위해서는 전라북도 전주나 강원도 영월까지 가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드론이 피자와 생필품을 넘어 코로나19 진단키트와 의약품까지 배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우리나라 정부가 드론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지정해놓고도 규제를 푸는 속도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만하다. 비단 드론뿐이겠는가. 수년 전부터 신(新)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아왔고 코로나19 이후 관심이 높아진 비대면 산업군에 속하는 핀테크, 바이오·헬스, 인공지능(AI) 분야의 규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정부의 신속하고 정밀한 규제 완화를 주문하고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신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며 “세계 경제강국들이 앞다퉈 육성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빅데이터·신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규제장벽을 제거하고 기업 혁신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모든 산업을 계획하고 통제하는 ‘빅브러더’ 역할에서 현장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신산업의 흐름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조정하는 ‘스마트정부’ 역할로 변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160만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첫 번째 임무로 규제 완화를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며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규제를 1개 만들면 2개를 폐지하는 ‘투 포 원(two-for-one)’ 정책으로 총 446억달러 상당의 규제 비용 감축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 역시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을 통해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들의 체감 수준은 현저히 낮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규제개혁 체감도는 94.1로 전년(97.2)보다 오히려 3.1포인트 하락했다.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서도 불만족(22.0%)이라고 답한 비율이 만족(11.7%)의 두 배에 달했다. 정부의 의지에 비해 규제 완화 프로세스가 잘 정비되지 않은 탓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개별 부처 중심으로 규제 개선 평가가 이뤄지고 있어 여러 부처 간 얽혀 있는 규제를 신속하게 없애기는 힘든 실정”이라며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다부처 규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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